도피의 대장정

2024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미겔 고메스 감독의 <그랜드 투어>가 개봉한다. 영화는 20세기 유럽 귀족 사이에서 유행했던 아시아 ‘그랜드 투어’의 루트를 따른다. 1917년 버마에서 출발해 결혼을 앞두고 도망간 에드워드를 약혼자 몰리가 뒤쫓는 여정이다. 두 주인공은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베트남, 일본으로 이동하며 국경을 넘나들고, 어느덧 이 영화는 쫓고 쫓기는 스릴러나 로맨스보다 20세기 아시아를 탐색하는 여행 영화로 변모한다. 다만 낭만화된 아시아 풍경 탓에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미겔 고메스 감독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전을 통해 한국을 찾기도 했다. 
개봉 3월 26일

인류가 사라진 세상에서

대홍수로 물에 잠긴 도시, 인간이 사라진 지구에서 동물들은 어떻게 유대를 맺을까? 영화 <플로우>는 종말을 맞은 지구에서 말 그대로 한 배를 탄 다섯 동물의 이야기다. 혼자가 편한 고양이는 자꾸만 다가오는 골든 리트리버와 인간의 물건을 모으는 여우원숭이, 욕심 없이 느긋한 카피바라, 무심한 뱀잡이수리를 만나 갈등을 겪지만 차츰 힘을 합치기 시작한다. 배가 다다른 곳에는 희망찬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대사 없이 작화와 영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무성 영화는 해외 관객의 마음에 먼저 파문을 일으켰고,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개봉 3월 19일

가족의 어둠과 진실

가족, 그중에서도 모녀의 이야기를 대담하게 파고든 다큐멘터리 <올파의 딸들>이 극장을 찾는다. 올파는 튀니지에서 네 딸과 함께 사는 중년 여성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둘째 딸이 무장 단체 IS에 합류하기 위해 집을 나간다. 두 동생과 올파가 남은 집, 영화는 가족의 비극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이 작품은 두 배우를 첫째 딸과 둘째 딸 역할로 캐스팅해 가족의 과거를 재현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관계의 역학이 드러난다. 폭력적이고 무자비했던 엄마 올파는 이 사태에 어떤 책임이 있을까? 누구도 쉽사리 재단할 수 없으리라. 
개봉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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