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킷 질샌더 by 지스트리트 494 옴므. 티셔츠 골든구스. 캡 아르켓. 팬츠,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음악 페스티벌로 들썩이는 철이다. 뮤지션에게 여름은 어떤 계절인가?
장르마다 다를 것 같다. 여름 페스티벌이라고 하면 시원시원하고 에너지가 넘치지 않나. 하지만 나의 음악은 봄이나 가을, 겨울에 가깝다. 잔잔하고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에 익숙하다 보니 여름 페스티벌은 열정을 전해야 한다는 약간의 부담이 있다.
얼마 전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싱어게인3>로 홍이삭을 알게 된 사람도 많지만, 그간 음악은 물론 방송, 영화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왔다. 그래서인지 우승 이후에도 편안한 안정감이 드러난다.
프로그램의 방향이 출연자를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슈퍼밴드>는 20~30대 남자들이 모여 ‘어떻게 재미있게 터뜨릴까’에 초점을 맞췄다면, <싱어게인>은 연령대나 장르가 다양해서 분위기가 달랐다. 이기는 데 집중하면 더 자극적인 요소를 찾았을 텐데, 이 프로그램에서는 ‘나’라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했다.
데뷔곡 ‘봄아’부터 올해 발매한 ‘사랑은 하니까’까지 10년간 음악이 제법 쌓였겠다. 작업 방식이나 색깔은 어떻게 변했나?
수없이 바뀌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변한다. 이제는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 그 안에서 어떻게 협력할지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얼마 전 이메일 답장을 아주 늦게 보낸 적이 있다. 너무 늦어 회신 이메일을 열어보기가 두려웠다. 그래서 ‘이 사람은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라고 열 번 되뇌고 열었다. 잘못하거나 빈틈이 있어도 상대가 나를 미워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그동안 배운 셈이다. 이런 변화가 사소해 보이지만 음악에도 적용된다. 어떤 음악을 선보여도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 거라는 고찰의 시간을 거쳤다.

셔츠, 슬리브리스 모두 펜디. 레이어드한 스트라이프 반소매 셔츠 포레 by 가든언노운.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한 인터뷰에서 ‘홍이삭을 알기 위한 곡’으로 ‘봄아’와 ‘a bird’를 추천했다. 두 곡의 분위기는 다르지만, 무언가를 뱉어내는 듯한 목소리가 마음 한 곳을 툭 건드린다.
나의 성격이나 대화 방식, 이상향 같은 것이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겉으로 크게 표출하는 성격이 아니고 혼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또 사람들의 공감을 바라는 동시에 지극히 개인적이라, 어떤 경계가 존재한다. 누군가 힘든 일이 있을 때 같은 처지가 아닌 이상 깊이 공감하기 어렵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어설프게 위로를 건네기보다 가만히 있는 것이다. 내가 잘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바운더리 안에서 감정을 최대치로 표출하고자 한다. 지금 바라는 것은 내 이야기를 잘 풀어낼 수 있게 음악적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다.
그 경계를 넘고 싶지는 않나?
내게는 일단 내던지는 면도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그냥 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몸을 던지는 것이 나를 확장하는 방법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일부러 부르기 어렵게 작업한 곡들이 있다. 안정적으로 포장해서 보여주기보다 어려운 곡을 열심히 연습해서 실전에서 해내고 싶은 거다. 부족한 면을 더 드러내야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일상생활에도 그런 생각을 적용하나?
뭐든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배울 때는 계속 실패해도 되니 재미있다. 취약한 면이 드러날 때 학습이 이뤄진다. 취미로 달리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어느 날은 무릎이 아프고 어떤 때는 호흡이 유난히 가쁘다. 그럼 자세를 살피고 호흡법을 점검하며 시행착오를 겪는다. 반복적인 운동으로 보이지만 한 겹 아래 있는 걸 깨닫고 배우는 과정이 재미있다.
<싱어게인3>에서 진정성과 정성을 다하는 태도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하지만 이전에도 최선을 다했을 텐데 해당 프로그램에서 어떤 점이 달랐나?
완성도의 방향이 조금 달랐다. 인디 시절에는 몰입도가 부족했다. 작곡은 감정적인 작업인데, 동시에 기획과 디자인을 하고 돈도 계산해야 하니 100% 집중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음악이 대중에게 어필할지에 기준을 둔 것도 부정할 수 없고. 그러다 작년에 부차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음악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회사와 계약도 했다. <싱어게인3>에서의 기준도 잘 보이는 것보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또 이제껏 주위 사람들에게 보고 배운 태도 중 하나가 일단 끝까지 하는 자세였다. 최선의 것이 나오도록 끝까지 붙들고 가는 태도로 임했다. 그래서 결과물이 잘 나오든 아니든 ‘이 정도면 떨어져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까지 가고자 했다.

화려한 패턴의 셔츠 질샌더 by 지스트리트 494 옴므. 네크리스 울프 서커스 by 보이후드.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윤종신 심사위원이 무대를 본 뒤 <슈퍼밴드>를 언급하며 솔로 가수로서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슈퍼밴드> 무대를 좋아한 시청자로서 그 말이 내심 섭섭했다.
그럴 수 있다(웃음). 혼자 있을 때 빛이 난다는 의미로 이야기해주신 것 같은데 감사했다. 내 목소리는 중립적인 편이다. 묻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색깔이 튀지도 않는다고 생각해서 솔로로는 부족한 점이 있나 고민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혼자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하지만 밴드 역시 재미있다. 함께 만들어가는 희열이 크다.
가수들은 무대 위에서 느끼는 짜릿함을 많이 이야기한다. 작업 과정 중 무대에 설 때가 가장 강렬한가?
사랑받기 위해 고민하는 직업이니 반응이 오는 모든 순간이 자극적이다. 무대도, 댓글도, 뉴스 기사도, 팬들과 소통하는 것도. 하지만 강렬한 자극이 나를 움직이지는 않는다. 새로운 아이디어, 창의적인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원동력이 된다. 나를 깨워가는 과정 안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실패와 대화가 재미있다. 알맹이가 잘 만들어지면 펼쳐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무대와 일상 사이의 전환은 어떻게 이뤄지나?
어떤 감정이 확 올라오면 가라앉기까지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마찬가지로 잘 쉬어야 한다. 무대에서 강렬한 호응을 듣고 노래에 몰입하다 보면 많은 감정이 피어난다. 공연 다음 날 하루는 가만히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감정이 지속되거나 휩싸이는 걸 경계한다.
여러 인터뷰에서 들뜨는 감정을 경계한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교만함이 사람을 못나 보이게 한다. 그 모습조차 없애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자연스레 생길 테니 늘 경계하려 애쓴다. 중학교 3학년부터 대학생 때까지 교회에서 음악을 했다. 종교 행위의 도우미 역할이기에 개인이 드러나면 안 되는 위치다. 그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 교만함을 경계하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더라. 그런 태도가 내재되어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다.

스카프, 팬츠 모두 골든구스. 화이트 셔츠, 벨트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부모님이 있는 우간다에 가서도 팬 카페에 댓글을 남길 정도로 팬 사랑이 대단하다.
예전에는 팬이라는 존재가 2D처럼 느껴졌는데, 요즘에는 3D로 다가온다. 나를 오래 봐온 팬과 새로운 팬, 종교적인 팬, 대중 가수로 보는 팬 등 스펙트럼이 다양해졌다. 아직 적응 중이다. 돌아보면 내가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건 다 팬들 덕분이다. 버틸 수 있게 하는 큰 기둥 중 하나다.
현재의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
곡 작업과 노래 실력. 머릿속으로는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몇 개의 장벽을 넘어서면 업그레이드될 텐데 방법을 찾는 중이다. 노래를 어떻게 해야 내 이야기가 잘 드러날지, 듣기 쉬울지 고민한다. 모든 뮤지션의 숙제일 것이다.
올해도 절반이 지났다. 남은 하반기의 계획을 귀띔한다면?
앨범을 내고 단독 콘서트를 하고 싶어서 논의 중이다. OST도 공개할 예정이다. 앨범의 볼륨은 나의 능력에 달려 있겠지만, 싱글 이상으로 발매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또 티셔츠를 정말 만들고 싶다. 공장도 알아봤을 정도다. 언젠가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STYLIST 박태일 HAIR 박하(홍이삭) MAKEUP 한슬이(홍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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