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아트부산 2024에 접속하다

눈부신 바다와 미술 작품이 아름다움을 겨루는 이벤트, 상반기 국내 최대 아트페어 ‘아트부산 2024’가 5월 9일부터 4일간 벡스코에서 열렸다. 돌아볼 만한 아트부산의 풍경 이모저모.

202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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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 미디어아트 작가 루양의 작품을 전시한 베를린 소시에테 부스. ©ART BUSAN Inc 2 하종현, ‘Conjunction 22-79’, 2022, Oil on hemp cloth, 130×97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3 안젤레스 아그렐라의 작품이 걸린 스페인 유스토/지나 갤러리. ©ART BUSAN Inc 4 Shiota Chiharu, ‘State of Being(Dress)’, 2023, Metal frame, dress, thread, 80×45×45cm.

 

부산은 여전히 미술 도시를 꿈꾸는가. 프리즈 서울의 등장 이후 컬렉터들의 관심이 하반기에 집중된 것은 물론, 올해는 아시아 주요 아트페어 중 하나인 타이페이 당다이와 개최 일정이 겹치면서 아트부산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트부산 2024’는 단순한 아트페어를 넘어 미술 축제로 재정립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더욱 공을 들였다. 작년에 이어 ‘부산 아트 위크’ 프로그램을 통해 로컬 갤러리와 연계 전시를 마련하고, 다양한 문화 공간과 호텔, 레스토랑, 심지어 노포까지 함께 소개했다. 더불어 특별전인 ‘커넥트’를 다양한 주제로 확장했고, 전시를 기획전과 개인전으로 구분하여 탄탄히 구성함으로써 관람객에게 만족감을 선사했다. 또한 작년 론칭한 아트부산의 디자인&아트페어 ‘디파인 서울’ 부스를 통해 디자인 가구와 미술 작품의 조화를 직관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그 결과 13회를 맞은 아트페어에는 7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1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2019-27’, 2019, Quebracho wood, 61×59×22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리만머핀. 2 강강훈, ‘After Rain’, 2024, Oil on canvas, 130×97cm. 이미지 제공: 조현화랑.

 

BIG SHOT

총 127개 갤러리가 참여한 아트부산은 ‘메인’ 섹션과 설립 1년 이상, 3년 미만 갤러리를 대상으로 하는 ‘퓨처’ 섹션으로 구성됐다. 전반적으로 쾌적한 공간 구성이 돋보였는데, 특히 관람객이 몰리는 주요 갤러리에 너른 공간을 할애해 여타 아트페어와 비교해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가장 넓은 부스에는 6개 갤러리가 자리 잡았다. 그중 국제갤러리는 박서보, 하종현, 김윤신 및 아니쉬 카푸어, 제니 홀저, 장-미셸 오토니엘 등 국내외 거장의 작품을 소개했다. 5월 말 국제갤러리 서울점에서 전시가 예정된 칸디다 회퍼의 작품도 함께였다. 가나아트는 붉은 실을 엮은 설치작품으로 잘 알려진 치하루 시오타의 작품만으로 부스를 채웠다. 학고재 갤러리는 이배, 전광영, 강요배, 장승택 등 국내 중견 작가에 집중했고, PKM 갤러리는 구정아, 윤형근, 오페라갤러리는 알렉스 카츠, 페르난도 보테로, 쿠사마 야요이 등 유명 작가 작품을 내걸었다. 부산에 위치한 조현화랑은 유독 로컬 컬렉터들로 북적였다. 같은 기간 전시 중인 이배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박서보, 김종학, 이광호, 키시오 스가를 나란히 선보이는가 하면, 별도의 ‘커넥트’ 부스에서는 강강훈 작가의 대형 작품을 전시했다. 작가 자신의 딸, 그리고 식물을 극사실주의로 묘사한 작품 앞에서 관람객은 쉬이 지나쳤던 솜털과 잎맥,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집중했다. 

 

 

 

 

로버트 배리의 ‘클로즈드 부스’를 선보인 갤러리 신라. 

 

FRESH & DIVERSE.

아트부산은 부산을 비롯해 대구, 창원, 제주, 천안 등 전국 각지의 작은 갤러리를 발견하는 기회의 장이다. 올해는 부산 및 영남권 갤러리가 전체의 약 21%를 차지함으로써 서울에 편중된 미술시장에 다양성을 더하는 역할을 해냈다. 또한 올해 처음 참여한 갤러리는 26곳이며, 그중 취리히의 ‘레히빈스카 갤러리’, 마드리드 ‘위 콜렉트’, 뉴욕 ‘아트 트라이베카’ 등 해외 갤러리가 포함되었다. 재미있게도 눈에 띄게 관람객이 몰린 곳은 ‘닫힌 부스’였다. 갤러리 신라가 “아트페어 기간 중 갤러리 신라 부스는 닫혀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테이프로 부스를 막아둔 것. 이는 개념미술가 로버트 배리의 설치작품 ‘클로즈드 부스(Closed Booth)’로, 비시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일명 ‘작품 없는 전시’ 형태다. 궁금증을 느끼는 관람객이 멈춰 서자 갤러리 디렉터가 설명을 이어가며 도슨트 가이드하는 풍경을 연출했다. 

 

 

 

1 Billy Crosby, ‘Online Parochial 2’, 2024, Acrylic, oil, puff paint, and collage on canvas, 20×30cm. 2 Xiao Lu, ‘Gunshot’, 2004. Courtesy of the artist. 3 왼쪽부터 박영숙의 ‘미친년 프로젝트_미친년들’(1999)과 ‘36인의 포트레이트’(1981). ©ART BUSAN Inc 

 

CONNECT

아트부산 2024가 미술계 축제로 인상을 남긴 데는 9개의 특별전 ‘커넥트’의 역할이 컸다. 특히 올해 처음 외부 디렉터로 주연화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를 선임했다. 그가 디렉팅한 전시 ‘허스토리(Herstory)’에는 전체 부스 가운데 가장 넓은 공간이 할애됐다. 남성 중심의 미술계에 균열을 일으키며 자신만의 주파수를 찾은 여성 작가에 집중한 전시로, 아시아 현대미술 1세대 작가인 김순기, 박래현, 박영숙, 정강자, 쿠사마 야요이, 샤오 루, 다나카 아츠코의 작품과 함께 서구 작가 신디 셔먼, 키키 스미스, 제니 홀저의 작품을 나란히 선보였다. 한국 1세대 여성주의 사진작가 박영숙이 ‘36인의 포트레이트’ 연작에서 포착한 동시대 여성 예술가들의 얼굴과 흑백사진에서 화면 밖으로 총구를 겨눈 샤오 루의 눈빛은 강렬한 이미지로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허스토리’ 부스 맞은편에는 신진 작가를 조명하는 ‘아트 액센트’가 꾸려졌다. 올해 주제는 ‘The Fruit is Not There to be Eaten(과일은 먹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탈-현상’에 초점을 맞춘 신진 작가 5인의 작업을 한데 모았다. 그중 이하은 작가의 ‘연속된 심상 1’은 가로 10m 길이의 대형 작품으로, 풍경을 바라볼 때의 심리적 상태와 감각을 복기하여 실제 풍경과는 상이한 인식 체계를 시각화했다. 색채와 형태가 왜곡된 풍경을 통해 다분히 개인적인 심리 풍경을 인식하는 기회를 얻었다. 이 밖에 자신의 신체를 매체 삼아 여성 신체의 탈맥락화 가능성을 실험한 위이 량의 사진 작업, 서로 다른 맥락에 놓인 이미지의 관계를 탐구한 빌리 크로스비의 회화 등 실험적인 작품이 스파크를 일으켰다. 번뜩이는 작업이 자아내는 에너지와 감흥을 안은 채 다른 부스를 둘러보면 사뭇 느낌이 다를 것이다. 결과적으로 ‘커넥트’ 전시는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 부스와 흥미로운 시너지 효과를 냈다.   

 

 

 

EXHIBITIONS IN BUSAN

지금 부산에서는 다양한 전시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1 이배, ‘Acrylic medium’, 2019, Charcoal on canvas, 117×82cm. 2 이배, ‘Acrylic medium’, 2019, Acrylic medium and color on canvas, 92×73cm.

 

이배 개인전 <흐르는>

조현화랑 달맞이

30년 이상 숯과 함께해온 ‘숯의 화가’ 이배는 서예의 붓질과 닮은 흑백 작품을 통해 한국적 추상을 세계에 선보인 작가다. 조현화랑이 개최한 개인전 <흐르는>에서 작가의 회화와 조각, 그리고 첫 영상 작업을 소개한다. 전시장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영상 ‘버닝’은 매체를 확장하는 시도로, 달집태우기의 불길과 그림을 그리는 움직임, 그리고 완성된 결과물이 화면에 함께 나타난다. 순간을 포착하는 회화 작업을 넘어 ‘흐르는’ 운동성을 기록하려는 시도다. 이 밖에 평면 작업이 입체화된 듯한 290cm의 조각 ‘붓질’과 서양화 기법으로 캔버스에 작업한 ‘아크릴 미디엄’ 연작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7월 21일까지 이어진다.

 

 

 

1 김영나, ‘Piece 14-2’, 2020, Acrylic on canvas, 53×45.5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UNREALSTUDIO,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2 김영나, ‘Home 2’, 2024, Acrylic paint, wood, 25×75×9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최다함,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김영나 개인전 <Easy Heavy>

국제갤러리 부산

디자인과 미술 사이에서 영역을 넘나들며 시각예술의 범위를 확장해온 작가 김영나. 그의 근작 회화, 조각, 벽화 등을 소개하는 전시가 6월 30일까지 열린다. 전시 제목인 ‘Easy Heavy’는 ‘가볍다’와 ‘무겁다’는 뜻의 단어를 맞붙여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를 드러낸다. 평소 그가 수집하는 스티커와 포장지, 각종 인쇄물은 재해석 작업을 통해 흰 전시실에서 새로운 맥락을 터득하는데, 이때 한없이 가벼운 종이 인쇄물이 미술 언어 실험의 묵직한 촉진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2개 전시실 중 첫 번째 섹션은 ‘SET’, ‘조각’ 등 대표 연작으로 구성되며, 두 번째 섹션에서는 그가 수집해온 그래픽 디자인 스티커를 다양한 재료와 접목한 작품을 선보인다.

 

 

 

홍성준, ‘Layers of the air 27’, 2024, Acrylic on canvas, 130.8×131.1cm. 

 

홍성준 개인전 <Where did it come from pt.1>

서정아트 부산

서정아트는 6월 28일까지 홍성준의 개인전을 부산과 서울에서 나란히 개최한다. 먼저 개막한 부산 전시는 <Where did it come from pt.1>, 일주일 뒤 막을 올린 서울 전시는 <Where did it come from pt.2>라는 제목이다. 작가는 새로운 연작에서 깃털, 공기, 비눗방울과 같이 허공을 부유하는 물질에 주목한다. 물질이 사그라들기 전 찰나를 포착한 작품에서 연약한 표면과 부드러운 주름은 한순간 존재하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강인하게 다가온다. 연작과 함께 전시된 알루미늄, 가죽, 은박 레이어 등은 부드러운 물성과 대비되며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다.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전시

CREDIT

EDITOR : 박지형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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