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모베러웍스 팀, 이제는 극장주랍니다!

서울 성수동의 작은 극장 무비랜드 극장주로 변신한 모빌스 그룹의 소호와 모춘.

2024.03.29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지금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동네 성수동, 그 가운데서도 인파로 북적이는 연무장길의 작은 골목 안에 3층 규모의 단관 극장이 들어섰다. 환한 간판과 빈티지한 티켓 부스, 새 모양 손잡이 등 보통 극장과 사뭇 다른 디테일이 심상치 않다. 디자이너 모춘과 프로듀서 소호가 주축이 된 크리에이티브 그룹 모빌스 그룹의 공간이라서다. 


모빌스 그룹은 ‘더 나은 일(More better works)’을 뜻하는 브랜드 모베러웍스를 통해 ‘일’에 관한 메시지를 던져왔다. ‘ASAP’를 비튼 ‘가능한 느리게(As Slow As Possible)’,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를 뜻하는 ‘스몰 워크 빅 머니(Small Work Big Money)’ 등 간결하고 유머러스한 슬로건의 굿즈는 일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그러던 중 그들은 성공적인 팝업 행사 이후 초심을 떠올렸고, 다채로운 취향을 이야기하기 위한 공간으로 극장을 상상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구옥을 극장으로 개조하려던 당초 계획과 달리 오래된 건물에 상영관을 만들기란 녹록지 않았다. 새롭게 건물을 지어 올리고 개관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무비랜드는 영화관이지만 최신 개봉작을 상영하는 데 관심이 없다. 큐레이터가 선별한 오래된 영화만 소개한다. 3월에는 첫 프로그램으로 모춘이 큐레이팅한 <대취협>, <백투더퓨처 1·2>, <대부 1·2>, <개들의 섬>을 상영했다. 이곳에는 예술영화관에서 통용되는 금기도 없다. 음식물 반입도, 스포일러를 떠드는 일도 가능하다. 아니, 오히려 캐릭터를 만들어 장려한다. 팝콘을 사랑하는 ‘스낵 킬러’, 쓸모없지만 예쁜 기념품을 수집하는 ‘트래시 콜렉터’, 영화 줄거리를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헤비 스포일러’가 무비랜드의 페르소나다. 

 

 

 2층 라운지. 가운데 입술 모양의 벤치가 놓여 있다. 

 

 

공간을 살펴보면 1층의 매표소와 매점, 기념품 숍, 2층 라운지, 3층 상영관과 4층 루프톱으로 구성된다. 어느 층이건 이야기가 넘실댄다. 매점에는 팝콘과 핫도그, 추러스 등 스낵과 프츠 커피가, 기념품 숍에는 작은 핀 배지 및 스티커부터 티셔츠, 머그컵 등 사랑스러운 굿즈가 가득하다. 2층은 앉아서 쉬거나 영화 책을 들춰볼 수 있는 휴식 공간이다. 이른바 ‘헤비 스포일러’를 위한 곳으로, 입술을 닮은 벤치와 세라믹 월의 나팔 부는 새가 수다를 부추긴다. 진열장의 오브제도 사연 없는 물건이 없다. 오키나와에서 가져온 돌,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속 우주선을 모티프로 한 세라믹 볼, 상영하고 싶은 영화의 아트워크로 채운 도자기 등 물건만으로 이야기의 물꼬를 틀 만하다.


이러한 디테일은 ‘이야기 추종자들의 모임’이라고 소개하는 모빌스 그룹의 정체성과 연결된다. 모베러웍스 활동과 유튜브 채널 ‘모티비’, 책 <프리워커스> 등을 통해 그들은 언제나 이야기를 풀어냈다. 무비랜드 개관을 앞두고 팟캐스트 ‘무비랜드 라디오’를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팟캐스트에서는 영상에 담지 못한 이야기가 길게 이어진다. 


‘무비랜드 라디오’에서 모춘은 “저 스스로는 영화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평생을”이라 고백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영화 산업 바깥의 ‘영화인’이자 극장주로서 자신의 인생을 관통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이들이 무비랜드를 준비한 2년의 시간을 짐작하면 알 수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일에 기준이 있는 양 마음의 크기를 의심하고 자격을 시험하는 이들에게 무비랜드가 비로소 사랑을 속삭이는 장소가 되리라는 것을. 

 

 

(왼쪽)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아트워크 포스터. (오른쪽) 매표소 앞 안내판에는 공지 사항이 가득하다.

 

 

무비랜드 개관을 축하한다. 오랜 시간 준비한 공간에서 마침내 관객을 맞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소호
우선 무척 기뻤다. 상상만 하며 2년을 준비했지만 사실 실체감이 없었다. 그런데 오픈을 하니 상상했던 것들이 구현되더라. 보람이 컸다.
모춘 2년 동안 외로웠다. 처음 해보는 장기 프로젝트라 ‘과연 이것을 해낼 수 있을까’ 나 자신도 믿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오픈하니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응원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준비한 것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 이제 외롭지 않다.


공간을 구상할 때 참고하거나 영향받은 곳이 있나?
소호
도쿄의 재즈 클럽 ‘블루노트’를 좋아한다. 그 공간 특유의 분위기에 영감을 받았다. 블루노트에서는 종이 좌석표를 나눠 주는데, 그걸 책상에 올려두고 그곳에서의 시간을 떠올리곤 한다. 이처럼 기념이 될 무언가를 주는 공간, 추억할 만한 시간을 선물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모춘 모교 도서관이나 서대문구 도서관을 떠올렸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지 않더라도 표지를 보거나 오래된 책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정화되지 않나. 우리 공간이 그렇게 다가가길 바랐다.
소호 재미있게도 우리가 영화관을 자주 찾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영화를 매개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시설적인 요소에 대한 기준은 까다롭지 않았고, 이를테면 의자가 편한지, 감촉이 좋은지 일반인의 관점에서 생각했다.
모춘 그래서 의자에 책정한 예산의 2배를 썼다(웃음).  

 

건축은 ‘쿠움건축사사무소’, 인테리어는 ‘콩과하’와 협업했다.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소호
예전에 연희동에 살았는데, 쿠움은 연희동의 오래된 주택을 개조하는 재생 건축 전문팀이었다. 원래 오래된 주택을 개조할 계획을 세우고 전문성 있는 팀을 찾았다.
모춘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특화된 팀이다.
소호 콩과하는 한남동의 식스티세컨즈 라운지 인테리어를 맡은 팀이라 눈여겨보고 있었다.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다.

 

 

모춘이 큐레이션한 <대부 1>과 <백투더퓨처 1> 포스터.

 


인테리어의 주요 소재를 나무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모춘
모베러웍스의 시각적 키워드 중 하나가 ‘빈티지’다. 나무의 소재감이 그것을 구현하는 데 적합했다. 그리고 공간의 문턱이 낮았으면 했다. 세련되고 멋진 공간에서 위축된 경험이 다들 있지 않나. 이곳은 그저 아늑하길 바랐다. 그래서 촌스럽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 벽 소재는 옛날 학교의 나무 복도 같다. 테이블 패턴도 오래된 다방에 있을 듯한 느낌이고. 만만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최근에 잘 사용하지 않는 소재를 적용했다.


‘이야기 추종자들의 모임’이라고 팀을 소개한다.
소호 우리는 서사에 몰입되어 있다. 무비랜드의 오브제들도 단순히 예쁘다기보다 하나하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튜브 채널에 이런 이야기를 풀었더니 관객들도 물건에 담긴 스토리에 주목한다.
모춘 예를 들면 2층에 전시된 휘장 속 글씨 아랫줄에 오타가 났다. 그런데 오픈 전날이라 새로 만들 시간이 없어 소호가 새벽에 칼로 글씨를 다 뜯은 뒤 다시 덧대었다. 이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그 흔적을 자세히 보고 즐거워한다.


극장에서 상영 전 안내 영상을 보는 것도 큰 재미다. 무비랜드의 트레일러 영상은 무엇인가?
모춘 소형 극장은 대개 예술극장이라 시네필이 많이 찾는다. 우리는 그와 다른 세 페르소나를 만들었다. ‘영화보다 팝콘이 좋은 스낵킬러’, ‘방구석 평론가 헤비 스포일러’, ‘기념품에 중독된 트래시 콜렉터’다. 페르소나 캐릭터가 등장하는 모션 그래픽 영상을 제작했다.
소호 기본적인 에티켓 안내 내용은 동일하다. 다만 ‘영화가 지루하면 졸음을 참지 않는다’, ‘퇴장 시 1층 기념품 숍을 방문한다’ 등의 항목이 있다. 

 

 

1층의 기념품 숍. 실크 스크린으로 원하는 도안의 티셔츠 제작이 가능하다.

 


사실 페르소나 굿즈를 무척 탐내고 있었다.
모춘
페르소나는 우리 멤버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다들 영화를 좋아하고 주말에 모여서 함께 보기도 한다. 그런데 영화 애호가들 앞에서는 명함을 못 내민달까. 위축되는 면이 있었다. 우리 같은 사람도 편하게 “나 영화 좋아해”, “극장 좋아해” 이야기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팟캐스트에서 <대취협>은 상영할수록 손해라고 언급했듯 영화관 사업은 상영만으로 수익을 얻기 어려운 구조다. 수익 모델이 궁금하다.
모춘
그 때문에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 산업에 속해 있지 않았던 팀이다. 그렇기에 영화를 즐기는 다른 방식을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영화에 대한 경험을 총체적으로 제공할지 해답을 찾는다면 수익 모델이 건강해질 것이다.
소호 3월부터 왓챠와 함께 1년 캠페인을 진행한다. 매달 셋째 주 수요일에 왓챠 팀이 선정한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는 ‘왓챠파티@무비랜드’ 프로그램이다. 왓챠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우리는 그 영화를 소개하며 대관 비용 등을 지원받는다. 더불어 소비자는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윈-윈-윈’인 셈이다. 이러한 모델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왼쪽부터) 무비랜드의 인턴 부기, 극장주 소호, 모춘.

 


일주일에 4일만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호 자신이 없어서다. 현장을 운영하는 건 처음이니 월~수요일은 재정비를 해야겠더라. 오후 3시에 오픈해 상영을 3회차만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모춘 소비자로 경험했을 때 좋았던 기억을 운영에 적용해보면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예를 들어 1층 기념품 숍에서 실크스크린이 가능하다. 표를 발권한 뒤 그래픽을 선택하면 실크 스크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은 고객 만족도가 높지만 작업 한 번에 10분가량 소요되다 보니 운영 관점에서 비효율적이다. 매주 이러한 테스트를 하면서 효율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큐레이터의 선정 기준을 ‘궁금한 사람’이라고 했다. 상당히 모호하다.
소호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친해지고 싶은 감정은 주관적이지 않나. ‘이 사람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싶은 사람을 선정한다.
모춘 우리가 궁금한 사람이 코미디언일 수도, 음악가일 수도, 디자이너일 수도 있다. 그들을 연결하면 우리 취향의 지도가 만들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선을 긋지 말자고 한다. 


만일 큐레이터가 추천한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모춘
실제로 다음 큐레이터인 코미디언 문상훈 님이 선정한 영화 중 여러 차례 나눠서 본 영화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단순히 큐레이터를 섭외해서 영화만 상영하는 게 아니라, 왜 이 영화를 선정했는지, 이 영화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팟캐스트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선정 영화가 빠더너스 팀 코미디 작업의 좌표가 되었다고 하니 내 취향이 아님에도 궁금하더라. 그들이 영화에서 어떤 것을 발견했는지 알고 싶어졌다.
소호 사실 모춘이 선정한 <대취협>도 우리 팀 내부 평점이 2점이었다. 그런데 모춘이 이 영화에 꽂힌 이유가 재미있다. 이야기를 듣고 다시 보면 달리 다가온다.
모춘 흥미로운 이의 관점으로 영화를 감상하고 새롭게 발견하는 것에 집중하기. 이는 영화를 즐기는 실험에 포함된다. 또한 우리는 영화에 대한 감상을 함축해 아트워크로 표현하고, 이를 포스터와 티켓으로 만든다. 영수증 티켓과 달리 영화를 본 시간을 기념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소호 OTT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실제 극장을 방문해 2~3시간 동안 앉아서 감상하고, 큐레이터의 이야기를 듣는 경험은 질적으로 다르다. 

 

 

무비랜드를 기억할 작은 기념품들. 

 


모춘은 스스로를 ‘영화인’이라 표현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극장을 만들 만큼 영화에 매혹된 계기가 궁금하다.
모춘 부끄러운 표현이지만 그만큼 영화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사회 초년생 때 몇 년간 프리랜서로 지냈다. 그러니까 사실상 백수였다. 남는 시간 집에서 하루 한두 편씩 영화를 봤다. 이전에는 무협 영화를 깔봤는데 ‘무협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을까?’ 궁금한 마음에 무협 영화를 공부하듯 섭렵했다. 장르의 원류를 따라가다 <대취협>에 이르렀는데 너무 좋더라. 디자이너로서의 방향에 힌트가 된 영화다.
소호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아무르>, <봄날은 간다>처럼 쓸쓸한 영화다. 슬픈 음악을 들을 때 위로를 받고 때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나. 그처럼 영화의 쓸쓸함에 몰입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무비랜드 오픈에 앞서 팟캐스트를 시작했는데 힘들지 않나?
모춘 다시 0부터 팟캐스트를 하는 건 도전이다. 하지만 무비랜드 프로젝트는 영상의 짧은 호흡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지만 우리는 즐겁다. 특히 2년 동안 무비랜드를 준비하니 막판으로 갈수록 돈 얘기만 하고 날카로워졌다. 그러다 라디오를 통해 영화 얘기를 나누면 우리가 왜 이 작업을 시작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우리끼리는 내부 힐링 프로그램이라고 한다(웃음).

 

 

무비랜드 웹사이트 화면. 

 


처음 부딪히는 프로젝트지만 영상 속에서 멤버들이 즐거워 보인다.
모춘
팀원들도 마냥 즐겁지는 않았을 거다. 심리적 압박이 컸으니까.
소호 모티비나 라디오에는 즐겁고 재미있는 이야기만 소개하지만 수면 아래서는 매일이 전쟁 같았다.
모춘 다행스럽게도 오픈 초기에 한 달 치 좌석이 전석 매진됐다. 후배들이 맷집으로 2년을 버텼는데, 상상만 했던 광경을 실제로 목격한 것이다. 그 경험을 줄 수 있어 다행이다.
소호 유튜브 채널과 온라인 중심으로 활동하다 보니 실체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물리적 공간을 오픈한 덕에 멤버들의 부모님도 모실 수 있어 뿌듯했다.


앞으로 무비랜드에서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
소호 4월에는 상훈 님 큐레이션 영화를 상영하고, 5월에는 모베러웍스에 중요한 노동절이 있다. 그때 2년간 무비랜드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할 계획이다.
모춘 1층 마당에 좌판 깔고 플리마켓하듯 놀고 싶다. 극장에서 무언가 각 잡고 보여주기보다는 트레이닝복 입고 들러서 편하게 구경하는 분위기를 추구한다.
소호 점점 개인적인 즐거움에 집중해서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 수익 구조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
모춘 요즘 우리는 풀타임 근무로 매점에서 팝콘을 담고 있다. 시스템을 익히기 위함이지만 사실 즐겁다. 주변 선배들은 흑자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지금 이게 재미있는 걸 어떡하나.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박지형PHOTO : 강현욱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