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도로위의 안식처, 롤스로이스 드롭테일

고객을 위한 유일무이 오트 쿠튀르를 완성하는 일, 이는 롤스로이스가 말하는 럭셔리 하우스의 정점이다. 비스포크를 넘어선 롤스로이스의 완전 맞춤형 코치빌드 커미션 드롭테일의 세 번째 모델 ‘아르카디아 드롭테일’이 싱가포르에서 베일을 벗었다.

2024.03.22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낮은 차체와 간결한 형태가 특징인 아르카디아 드롭테일. 탄소섬유로 만든 하단부를 앞선 드롭테일 모델과 달리 실버 컬러로 칠했다.

 

 

롤스로이스를 롤스로이스답게

무엇이 ‘명품’을 완성하는가? 희소성, 예술성, 역사성 등 여러 기준을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롤스로이스가 강조하는 럭셔리의 기준은 분명하다. 바로 ‘개인화’다. 이는 곧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뜻한다. 비스포크는 본래 ‘대변하다’라는 의미의 동사 ‘비스피크(bespeak)’에서 파생된 단어로, 19세기 무렵 맞춤형 의복과 신발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재단사가 만든 몸에 꼭 맞는 옷처럼 단 한 사람을 위한 아이템, 나아가 그의 고유성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 그것이 바로 롤스로이스가 정의하는 비스포크다. 

 

 

(위) 대시보드와 숄 패널까지 산토스 스트레이트 그레인 목재를 적용했다. (아래) 운전석 뒤를 감싸는 ‘세일 카울’은 요트의 작은 돛처럼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2월 29일, 롤스로이스의 코치빌드 커미션 모델 공개 행사가 열린 싱가포르를 찾았다. 이벤트에 앞서 들른 곳은 지난해 12월 문을 연 롤스로이스 싱가포르 쇼룸. 컬리넌, 팬텀, 스펙터 등 대표 모델은 물론, 목재 및 가죽, 페인트 샘플 등 다양한 비스포크 옵션이 전시되어 있었다. 고객이 직접 소재의 색을 확인하고 질감을 느껴보는 공간이다. 사진으로 보았던 블랙 배지 컬리넌 ‘블루 섀도우’ 컬렉션도 그곳에 있었다. 지구에서 카르만 라인(지구 대기와 우주의 경계선)에 이르는 거리를 색으로 표현한 외관은 짙은 파랑부터 아스라한 파랑까지 오묘한 그러데이션을 품었는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빛을 받아 반짝인다. 내부는 별처럼 빛나는 스타라이트와 천공으로 구름 패턴을 수놓은 시트로 채워져 지구별 여행 과정을 엿보는 것만 같다.

 

 

차체를 형성하는 클레이 메이킹 과정.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탈것에 대한 매혹은 뿌리 깊다. ‘꼬마 자동차 붕붕’부터 최근의 ‘또봇’까지 자동차는 왜 어린이 만화영화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할까. 우리가 자동차 이야기에 그렇게나 매혹된 까닭은 언제든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 아닐까. 비스포크의 핵심은 고객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눈앞에 구현해내는 것이다. 오래 꿈꿔온 드림카를 디자이너, 엔지니어, 아티장 등의 전문가가 합심해 완성한다니 매력적인 선택지임이 분명하다.

최근 롤스로이스의 고객 연령대는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젊은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롤스로이스를 선택한다고. 그렇다면 니즈가 명확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할까? 조나단 심스 비스포크 총괄의 답변은 명쾌했다.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우리는 고객과의 관계에 진심을 다한다. 비스포크 커미션에 착수할 때 고객을 굿우드 본사로 초대하거나 우리가 직접 고객을 찾아가 최대한 많은 정보를 파악한다. 바로 몇 주 전의 사례가 있다. 새로운 커미션을 요청한 고객에게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물었다. 그러자 고객은 좋아하는 옷, 음료 등을 상자에 담아 보냈다. 물건은 고객이 좋아하는 색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처럼 고객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작은 단서에 집중한다.” 
이렇듯 개인의 취향과 역사, 개성을 담은 자동차는 더욱 각별해진다. 조나단 심스는 비스포크 작업 과정 중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순간을 소개했다. “고객이 굿우드에 와서 처음 샘플을 볼 때 종종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자신의 부모, 자식, 반려동물 등 특별한 존재가 담겨 있어서다. 최근 미국에서 온 한 고객은 놀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올해 롤스로이스는 한국 고객과 조금 더 가까워질 예정이다. 두바이와 상하이에 이어 서울에 프라이빗 오피스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한국 시장의 성장에 따른 것으로, 곧 서울에서 굿우드의 전문가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창구가 열린다. ‘나다운 자동차’를 만나는 여정이 한결 수월해지리라.

 

 

(위) 다목재 패널이 좌석을 부드럽게 감싸며 안정감을 더한다. (아래) 날렵함이 부각된 디자인 스케치.

 

안온한 안식처, 아르카디아 드롭테일

쇼룸을 둘러본 뒤 코치빌드 커미션 모델이 공개되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플라워 필드 홀로 향했다. 코치빌드 모델을 아시아에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대한 정원을 지나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새 모델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갔다. 코치빌드는 기존 틀 안에서 개인화를 구현한 비스포크 방식에서 한발 나아가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완성하는 프로젝트다. 코치빌드 디자인 총괄 알렉스 이네스가 자신 있게 말하듯 “평생 단 한 번 가질 수 있는 기념비적인 작품”인 셈이다. 롤스로이스는 두터운 신뢰를 형성한 고객, 그리고 완성품의 가치를 이해할 법한 고객에게 코치빌드 제작을 제안하는 일종의 초대장을 보낸다. 그렇기에 상호 간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목재 패널을 다듬는 과정. 실내 가죽은 목재와 조화를 이루는 탠 컬러를 조합했다. 3 목재 조각의 이음새를 연결하는 작업. 외장의 화이트 실버 투톤과 내부 화이트 가죽이 일체감을 높인다. 부드럽게 굴절되는 형태로 변형한 전면부 판테온 그릴.

 

이날 공개된 드롭테일은 ‘A Tale of Tails’, 즉 스웹테일과 보트테일을 잇는 꼬리 연작의 세 번째 챕터에 해당한다. 초창기 모델 디자인을 참고한 2인승 로드스터로, 고유의 비율과 표현 방식은 유지하되 현대적 감각과의 균형을 꾀했다. 낮은 차체와 부드러운 숄더 라인, 요트의 작은 돛을 형상화한 옷깃 모양의 ‘세일 카울’은 ‘절제’라는 디자인 테마와 공기역학적 엔지니어링의 합작품이다. 또한 롤스로이스를 상징하는 판테온 그릴은 직선이 아닌 부드럽게 굴절되는 형태로 재해석했다. 요트 데크를 닮은 후미와 함께 날렵한 인상을 완성한다. 그렇다면 무대의 주인공인 ‘아르카디아 드롭테일’을 자세히 살펴보자. 총 4대의 드롭테일 중 하나지만, 앞서 공개된 ‘라 로즈 누아르 드롭테일’, ‘애미시스트 드롭테일’과 인상이 확연히 다르다. 각 소유주의 취향과 비전은 이토록 상이하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지상 천국’에서 유래한 ‘아르카디아’라는 명칭에서 보듯 아르카디아 드롭테일의 지향점은 평온한 안식처다. 동남아시아 스카이 가든의 풍요로움과 영국 생체 모방 건축의 유기적 형태를 녹였고, 외장은 얼핏 흰색으로 보이지만 새로이 개발한 비스포크 화이트와 실버 투톤을 적용했다. 여기에 산토스 스트레이트 그레인 목재의 차분한 색감과 활기찬 패턴이 화이트 톤과 조화를 이룬다. 특히 외장부터 숄 패널, 대시보드에 이르기까지 목재를 광범위하게 활용했는데, 일체감이 돋보이지만 사실 복잡한 곡률을 계산하여 총 233개 나무 조각을 짜맞추었다. 물살을 가르는 요트를 닮은 형태, 포근하고 편안한 내부, 양탄자로 나는 듯한 승차감이 결합한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순간을 상상해본다. 어느 길을 달리건 순풍만이 반기는 항해와 같지 않을까.

 

 

(위) 앤더스 워밍 디자인 디렉터와 알렉스 이네스 코치빌드 디자인 총괄. (아래) 굿우드 본사에서의 앤더스 워밍.

 

 

앤더스 워밍이 말하는 아르카디아 드롭테일

2인승 로드스터라고 하면 스포티한 느낌을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정제된 디자인으로 완성했는데. 드롭테일은 스포츠카도, 빠른 속도로 운전하는 차량도 아니다. 롤스로이스는 곧 우아함을 뜻하고,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도 일치했다. 두 사람이 아름다운 차를 타는 경험에 집중했기에 여러 요소를 덜어내고 순수함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의 스카이 가든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운전석부터 데크와 차체 뒤쪽까지 유기적으로 목재가 연결되는 형태에 그것을 반영했다. 더불어 고객의 요청에 따라 산토스 스트레이트 그레인이라는 아름다운 목재를 적용했다.
내부에 디지털 시스템이 보이지 않는다. 차량 문 아래쪽 중앙을 보면 라인이 있는데 그곳에 스크린이 숨어 있다. 스크린이 필요할 때만 열어서 볼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나 컴퓨터를 갖고 있고 자동차에도 디지털 장치가 있어 늘 바쁜 일상을 보내지 않나. 이 모델은 전통적 의미의 자동차에서 보내는 시간을 기념하기 위한 차량이다.
또 다른 숨은 디테일이 있다면? 암레스트가 지금은 닫혀 있지만 버튼을 누르거나 주행을 시작하면 슬라이딩 도어처럼 뒤로 열린다. 또 다른 아날로그 디테일은 계기판의 속도계와 주유계의 게이지가 모두 메탈이다. 페시아의 타임피스 시계와 조화를 이루는데, 소재를 통일하는 것 역시 클라이언트의 요청이었다. 또 외관을 자세히 보면 반짝이는 게 보일 것이다. 고객은 정제되고 순수한 차를 원했지만, 그것이 단순한 흰색 차는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 그래서 특별한 반짝임을 더했다. 햇볕 아래서 볼 때 표면의 깊이감을 느낄 수 있다.
와프트 라인은 롤스로이스의 상징과도 같은데 눈에 띄지 않는다.뚜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밝은 햇살 아래 윤곽이 드러난다. 이 모델의 경우 와프트 라인이 높은 곳에서 시작해 아래로 흐른다. 아주 미묘하고 절제된 형태로 적용했다. 고객의 취향에 따라 순수함을 구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Cooperation 롤스로이스모터카

 

 

 

 

 

 

 

 

더네이버, 자동차, 신차

 

CREDIT

EDITOR : 박지형PHOTO : 브랜드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