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거장 여성 예술가의 회고전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여성 아티스트의 대규모 회고전을 소개한다. 사실 이들에게 긴 수식어나 ‘여성’이라는 설명은 필요 없다. 작가라는 타이틀만으로 충분하니까.

20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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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Hero’, 2001. Courtesy of the Marina Abramovi Archives. ©Marina Abramovi 2‘The House with the Ocean View’, 2002. Sean Kelly Gallery, New York. Courtesy of the Marina Abramovi Archives ©Marina Abramovi. Photo: Attilio Maranzano 3‘The Artist is Present’, 2010.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Courtesy of the Marina Abramovi Archives. ©Marina Abramovi. Photo: Marco Anelli  4‘Four Crosses: The Good (positive)’, 2019. Courtesy of the Marina Abramovi Archives. ©Marina Abramovi 5‘The Current, 2017’. Courtesy of the Marina Abramovi Archives. ©Marina Abramovi

 

 

MARINA ABRAMOVIĆ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파격적인 행위 예술로 화두를 던지는 아티스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자신의 신체를 매개로 정신적, 육체적 한계를 시험하는 퍼포먼스는 시간이 흘러도 회자되며 현대미술사에 선명히 새겨졌다. 현장에 없었던 사람에게도 힘 있게 가 닿을 정도였다. 동료 예술가이자 연인인 울라이와 마주 서서 자신의 심장을 향하는 활시위를 상대에게 맡긴 채 대치했던 ‘Rest Energy(1980)’, 7시간 동안 울라이와 마주 앉았던 ‘Nightsea Crossing(1981)’, 그리고 전시장 가운데 테이블을 두고 총 736시간 30분 동안 관객들과 말없이 마주했던 ‘The Artist is Present(2010)’를 많은 이가 기억할 것이다.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이 개최하는 대규모 개인전에서는 지난 50여 년의 주요 작품 60여 점을 선보인다. 전설적인 퍼포먼스 영상부터 사진, 조각, 비디오 작품이 등장한다. 몸을 활용한 작가인 만큼 ‘예술가의 몸’, ‘사회적인 몸’, ‘영적인 몸’ 등으로 주제를 분류한 시도가 눈에 띈다. 또한 전시장에서는 매일 ‘아브라모비치 방식’으로 훈련받은 퍼포머의 라이브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는 3월 16일부터 7월 14일까지. 

 

 

 

 

1 ‘Self-portrait at the Crossroads between the Arts of Music and Painting’, 1794. Oil on canvas, 147.3×215.9cm. National Trust Collections (Nostell Priory, The St. Oswald Collection). Purchased by private treaty with the help of a grant from the Heritage Lottery Fund 2002. Photo: ©National Trust Images/John Hammond 2 ‘Design’, 1778-80. Oil on canvas, 128.3×149cm. ©Royal Academy of Arts, London. Photo: John Hammond

 

Angelica Kauffman

영국 왕립 미술 아카데미

스위스 출신 화가 앙겔리카 카우프만의 회고전이 3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개최된다. 그는 18세기 유럽 전역에서 사랑받은 예술가였다. 출중한 실력, 특히 초상화 때문이었는데, 언제나 그에게 초상화를 의뢰하는 요청이 쇄도했다. 1766년 런던으로 이주한 그는 1768년 왕립 미술 아카데미 창립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36명 회원 가운데 여자는 2명뿐이었다. 영국 왕족, 백작 부인, 사교계 인사 등 당대 유명인의 초상화를 그리며 명성은 점점 높아졌고, 동시에 역사와 신화 속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화에 몰두했다. 전시는 4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은 평생에 걸쳐 다양하게 묘사한 자화상을, 두 번째는 “온 세상이 앙겔리카화되었다”고 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로마와 런던 시기 작품을 모았다. 이어지는 섹션에서는 당시 왕립 미술 아카데미와의 관계를 통해 남성 중심 사회에서 두드러졌던 그의 영향력에 주목한다. 아카데미의 의뢰를 받아 완성한 천장화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섹션은 런던에서 로마로 돌아간 뒤의 후기 작품을 모았다. 그중 1794년 그린 자화상에서 작가는 음악과 미술의 정령 사이에 놓여 있는데, 이는 음악을 포기하고 미술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완성한 작품이다. 

 

 

 

1 ‘The Farewell’, 1878, Oil on canvas, 99.3×80.6cm. ©National Museum/Børre Høsland 2 ‘Blue Interior’, 1883, Oil on canvas, 66×84cm. ©National Museum/Børre Høsland 3 ‘Evening, Interior’, 1896, Oil on canvas, 66×54cm. ©National Museum/Børre Høsland

 

Harriet Backer

스웨덴 국립미술관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뛰어난 컬러리스트 중 하나로 평가받는 하리에트 바케르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활동한 노르웨이의 화가다. 그는 특히 실내 공간의 빛과 공기를 포착하는 데 탁월했다. 클로드 모네에 비견할 만한 빛의 마술사라고 할까. 모네가 프랑스의 생동하는 자연을 묘사했다면, 바케르는 북유럽의 고요한 실내에 관심을 두었다. 그는 중산층 가정부터 부르주아 여성의 일상 공간, 농촌의 집, 교회, 예술을 위한 장소 등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면밀히 관찰했다. 이 같은 활약은 당대 노르웨이 사회의 변화 및 여성의 권리 신장과 연결된다. 직업 선택과 이동이 한결 자유로워진 이후 15년 동안 뮌헨, 파리에서 생활했고, 특히 파리에서 인상주의 경향을 흡수했다. 바케르의 주요 작품 80여 점을 소개하는 이번 순회전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처음 개최되어 관객을 10만 명 이상 모았다. 스웨덴 국립미술관에서 8월 18일까지 이어지며, 이후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을 거쳐 2025년 봄 노르웨이 베르겐의 코드 박물관에서 마무리될 예정이다. 창으로 들어오는 낮의 햇빛도, 조명에서 번지는 밤의 빛도 어슴푸레하게 공간을 밝히기 때문일까. 바케르의 세상은 사람이 존재해도 지극히 고요하며, 그 풍경은 북유럽의 정조를 닮았다. 

 

 

 

1 ‘Woman with Dead Child’, 1903, Etching with chine coll, 41.2×47.1cm.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Acquired through the generosity of the Contemporary Drawing and Print Associates. Digital image ©2024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photo by Robert Gerhardt. 2 ‘The Parents from War’, 1921–22, published 1923. One from a portfolio of seven woodcuts, 35.1x42.5cm.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Gift of the Arnhold Family in memory of Sigrid Edwards. Digital Image ©2024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photo by Robert Gerhardt. 3 ‘Self-Portrait en Face’, Lithograph, 44x34cm. Jointly owned by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The Abby Aldrich Rockefeller Endowment for Prints, and gift of Jack Shear, Marlene Hess and James D. Zirin, Alice and Tom Tisch [in honor of Marlene Hess], Kathy and Richard S. Fuld, Jr., Emily Rauh Pulitzer, Maud I. Welles, Ronnie Heyman [in honor of Marlene Hess], and Carol and Morton Rapp) and Neue Galerie New York (Gift of Jo Carole and Ronald S. Lauder). Digital Image ©2024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photo by Robert Gerhardt.

 

 

Käthe Kollwitz

뉴욕 현대미술관

뉴욕 MoMA가 3월 31일부터 7월 20일까지 독일의 판화가이자 조각가인 케테 콜비츠의 작품을 선보인다. 여성이 교육받기도 어려웠던 시대에 두각을 나타낸 작가이자, 사회 비판적 작업을 지속한 민중예술가의 작품은 현재 미국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당시 동프로이센에서 태어난 콜비츠는 일찍이 재능을 알아본 부모 덕에 그림 공부를 시작했으나, 여성이 입학할 수 있는 학교가 없어 베를린의 여성 예술 학교에 입학한다. 그의 관심사는 한결같았다. 10대 시절부터 노동자, 선원, 농부들을 화폭에 담았고, 이후로도 프롤레탈리아 계급의 삶을 그렸다. 그러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자원입대한 두 아들 가운데 첫째 아들이 숨을 거둔 이후 그는 전쟁의 참상을 판화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특히 죽은 아이를 안은 어머니의 형상은 반복해서 등장하는 모티프다. 목판화, 에칭, 파스텔, 조각 등 매체를 달리하지만, 통렬한 고통은 무뎌지지 않고 매번 관객의 마음을 할퀸다. 세계대전 이후 문명사회는 얼마나 더 나아갔을까. 팬데믹으로 수많은 이가 세상을 떠났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의 비판은 유효하다.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슬픔도 여전할 것이라는 진실 역시 자명하다. 

 

 

 

1 ‘The Telephone’, 1996, Oil on panel, 110×100cm. Private collection, Madrid. ©Isabel Quintanilla, VEGAP, Madrid, 2023 2 ‘The Blue Table’, 1993, Oil on canvas, 83×75cm. Private collection. ©Isabel Quintanilla, VEGAP, Madrid, 2023. Photo: Jons Bel 3 ‘Watermelon’, 1995, Oil on canvas affixed to panel, 70×100cm. Private collection. Courtesy Galera Leandro Navarro, Madrid. ©Isabel Quintanilla, VEGAP, Madrid, 2023. Photo: Jons Bel

 

Isabel Quintanilla's
Intimate Realism 

마드리드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스페인 사실주의 화가 이사벨 킨타니야는 현대 리얼리즘의 주요 기수다. 2017년 작고한 작가의 첫 회고전이 6월 2일까지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에서 열린다. 60년을 망라하는 9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되는데, 스페인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 다수다. 1970~1980년대 독일에서 활발히 개인전을 열었고 작품 대부분이 독일에서 판매되었기 때문이다. 전시는 화풍을 확립해가던 초기 정물화에서 출발해, 집 안의 사물을 섬세하게 묘사한 정물화, 비어 있는 내부 공간, 도시 풍경화, 정원의 식물, 그리고 활발히 교류한 여성 동료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6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아방가르드 화풍 대신 스페인의 전통적인 사실주의를 택했다. 그리고 손에 닿는 물건과 집 안, 안뜰을 관찰했다. 특히 재봉틀과 실, 재봉용 가위 등을 묘사한 드로잉에서는 재봉사인 어머니를 향한 애정이 드러난다. 리얼리즘 작가로서 그는 물건 표면에 남은 흔적과 손때, 주름을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의 작품을 마주할 때 가장 먼저 사진 같은 사실성에 감탄할 것이다. 이윽고 찬찬히 들여다본다면 물건이 품은 역사, 소유자의 기억이 말을 걸지도 모른다. 더없이 친밀하고 애틋한 목소리로.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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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박지형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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