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여성의 운동장, 우리가 만들자!

신혜미·양수안나 위밋업 스포츠 공동 대표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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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안나(왼쪽), 신혜미(오른쪽) 대표. 

 

 

2018년 7월 7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야외 풋살장에서 ‘언니들 축구 대회’가 열렸다. 40세 이상 ‘언니들’만 출전 가능한 국내 최초의 여성 아마추어 축구 대회였다. 축구선수 출신의 신혜미, 양수안나 두 대표가 합심해 개최한 행사는 열렬한 호응을 얻었고, 이는 위밋업 스포츠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축구, 농구, 배구, 럭비, 주짓수 등 여성을 위한 운동 클래스를 운영하는 위밋업 스포츠는 낯선 종목의 문턱을 낮춘 배움의 장이자 은퇴한 여성 운동선수들과 상생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위밋업 스포츠의 이력에는 ‘언니들 축구 대회’가 먼저 등장한다. 이 행사를 처음 기획한 배경이 궁금하다.
여성축구단 강습을 이어가며 알아챈 문제는 젊은 멤버가 늘어날수록 중장년이 소외된다는 점이었다. 언니들은 눈치를 보며 경기에서 물러났고 운동에 안 나오기 시작했다. 생활체육에서 남성부는 30대, 40대, 실버부 등 연령별 대회가 존재한다. 그런데 여성부는 대회가 적을 뿐 아니라, 한 팀 내에서 연령을 안배해야 한다. 신 대표와 만나 이 주제로 이야기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남자 대회는 있는데 여자 대회는 왜 없지? 그냥 우리가 만들어버려!” 열 받아서 무작정 시작했다. 사명감 같은 게 아니다(웃음). 앉은자리에서 날짜를 정한 뒤 엘리트 심판 후배들을 섭외하고 출전 팀을 모았다. 이 대회는 흔히 ‘언니들’, ‘엄마들’이라 불리는 40세 이상 여성만 나올 수 있다. ‘어린애들은 못 나와’라며 설명했다. 


하지만 준비 없이 ‘그냥’ 시작하기란 힘들었을 것 같다.
이전부터 ‘왜 아무도 시도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컸다. 우리가 틈새시장을 보고 진입했다고 많이들 생각하는데, 우리는 현장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체육협회에 이러한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수도 없이 요청했지만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러니 ‘그럼 우리가 하지 뭐’ 결심한 것이다. 
첫 축구 대회는 둘이 발로 뛰었다. 소식을 들은 언니들이 선물을 후원하고 여기저기서 도와주며 필요한 것이 쌓였다. 그렇게 연 대회의 경험이 좋으니 계속 이어졌다. 이후에는 축구장을 4개로 나눠 동생조 경기도 함께 열었다.
동생조는 양 대표 의견이었다. 경기장에서는 대부분 동생들이 뛰고 언니들은 응원하는 구도다. 이 친구가 ‘동생조도 있어야 해’ 하더라. 왜냐하면 언니들을 응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저 언니들의 리그, 우리만의 파티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환영받고 박수받아야 한다. 사업적 관점으로는 20~30대에 주력하는 게 맞겠지만, 이런 언니들도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동생조를 만들었다. 지금도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언니들을 향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작년 최고령 선수는 68세였다. 앞으로 우리도 ‘언니들’이 되지 않나.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소통하는 장을 만들고 싶다.


그렇다면 축구 대회를 시작으로 영역을 확장한 것인가?
2022년에 들어서며 책임감을 가지고 확장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야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았다.
처음에는 옆에서 뭐라고 하든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했다. 대회를 열고 싶으면 열고, 복싱이 재미있겠다 싶으면 복싱 클래스를 개설한 것이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 활동으로 변화하는 참가자와 은퇴 선수들을 보며 영향력을 실감했다.
여러 매체에 소개되며 우리가 처음 생각한 것보다 크게 포장되었다고 느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맞구나’ 싶었고. 


그렇게 은퇴 선수들이 강사로 나서는 발판을 만들었구나.
우리는 축구선수 출신 아닌가. 남자 축구에 비해 여자 축구는 비인기 종목에, 팀도 많지 않다. 은퇴한 선수로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 선수들의 은퇴 이후를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대학 때까지 운동하다 다른 분야 대학원에 진학하고, 이후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 단절을 경험했다. 선수 출신 여성이 아이를 낳고 다시 사회로 나오는 건 너무 힘들다. 특히 스포츠는 내부 구조가 견고하다 보니 더 그렇다.

 

 

 

 

 

동시에 친선 대회인 ‘위밋업 프렌들리 풋볼 리그’도 개최한다.
요즘 풋살 대회가 많아졌지만 이제 막 시작한 초심자도 대회 분위기를 느낄 기회를 열어주고 싶었다. 기존 팀을 벗어나 다른 팀과 경기하고 신나는 기분을 만끽하는 자리 말이다.
이 대회만큼은 경쟁이 즐겁기를 바랐다. 초보 팀이 처음 대회에 출전하면 10:0 스코어로 지고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전에 대회를 경험해보고, 경기 후에 서로 인사도 나누는 등의 룰을 배우는 거다.  


두 사람의 운동 경험이 궁금하다. 유년 시절부터 운동부 소속이었다고.
운동 전공이면 대부분 그럴 텐데 어릴 적부터 운동 신경이 좋았다. 웬만한 남자애들보다 빨랐고 몸으로 하는 놀이는 다 잘했다. 당시에는 속한 지역에 어떤 운동부가 있느냐에 따라 종목이 결정됐다. 학교에 야구부가 있으면 야구부에 가고, 선생님이 농구를 좋아하면 농구부에 가는 식이다.
운동을 좋아한다고 어느 순간 깨달았다기보다 늘 자연스럽게 운동을 했다. 달리기가 빠르니 초등학생 때부터 반 대표로 달렸고 육상부에 들어갔다. 


체육 시간을 기피하던 나 같은 학생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늘 운동을 잘했으니 보통 사람들이 동작을 못하면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관점이 바뀌는 계기가 있었다. 은퇴 후 영어를 배우려고 영어학원 기초반에 등록했다. 내가 생각한 기초는 abc부터 알려주는 것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학생들끼리 영어로 대화하고 있더라. 민망하고 당황스러웠다. 그 일을 계기로 클래스 참여자들도 배울 기회가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강사들에게도 이 점을 이해시키려 한다.
남자아이만 둘 키우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축구 클럽도 있고 팀 스포츠를 경험할 기회가 많더라. 그런데 우리 아이보다 운동 실력이 좋은 여자아이는 태권도와 발레 학원 외에는 운동할 곳이 없다. 나는 운동에서 배제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주도권을 잡았는데, 여자아이들이 생활체육을 경험할 기회가 없다는 게 이상했다. 


어린이 대상의 신체 활동 프로그램인 ‘액티브 모두’와 연결된다.
나이키가 후원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주관하는 프로그램에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다. 아이들이 즐겁게 신체 활동을 경험하고 운동을 지속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이다. 또 코치나 학부모 등 주변 어른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포함한다.
어렸을 때 운동 경험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경험에 소외된 어린이가 많다.
운동을 좋아하는 어린이도 있고 독서를 좋아하는 친구도 있다.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운동과 교육에서 필요하다. 스포츠는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알리려 한다. 

위밋업의 강사는 모두 여성이지만 성인지 교육을 진행하는 점이 고무적이다. 언제 이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나?
경험하지 않으면 왜 필요한지 모르지 않나. 사실 페미니즘에 대해 잘 몰랐을 때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 여성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책을 읽다 보니 내가 불합리하게 여기고 발언한 것이 모두 여성주의적 활동이더라. 운동부 시절 코치들의 성차별적 말이나 성희롱도 잘못된 것인지 몰랐기에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성학 교육을 통해 깨달았다. 배워야 바꿀 수 있고 정확하게 요구할 수 있다. 그래서 함께하는 강사들에게도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교육의 역효과가 있다면 강사들이 클래스만 하면 말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평소 활발하고 자신감 넘치는 친구들인데 어설프게 알고 있다는 생각에 실수할까 봐 입을 다문다. 그래서 수업 시작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하라고 조언했다. “저희도 교육을 받고 있지만 실수할 수 있으니 편하게 이야기해주면 공부하고 수정하겠다”고. 모두 배우는 과정이니 실수할 수 있다. 개선하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마다 진입 장벽이 있겠지만, 특히 여성들은 완벽히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큰 것 같다. 위밋업은 구기 종목부터 패들보드, 스키, 프리다이빙 등 전문적인 종목의 클래스를 열어 문턱을 대폭 낮추었다.
프리다이빙이나 스키는 장비 대여도 복잡하고 전문가만 한다는 선입견이 있다. 써브웨이에 처음 가면 주문하기 어려운 것처럼(웃음). 우리의 목표는 하나다. 다양한 종목을 경험하게 하는 것. 동계 스포츠 종목도 해보고, 수영을 못하더라도 한강에 나가 패들보드 위에 떠 있어 보자는 것이다. 사실 이런 종목이 비즈니스적으로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클래스로 인해 변화한 참가자가 많다. 그들에게는 위밋업이 시작이고, 삶에서 더 많은 일에 용기를 내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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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박지형PHOTO : 임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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