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페라리 푸로산게로 떠난 여정

늦은 봄기운이 완연한 12월의 뉴질랜드 남섬. 봉우리의 눈이 채 녹지 않은 설산과 빙하수가 흘러든 오묘한 색감의 호수를 바라보며 페라리 ‘푸로산게’와 함께 달렸다. 총 729km에 이른 잊지 못할 주행 기록을 공개한다.

2024.01.03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가장 페라리다운 로드 트립 

2022년 9월 14일, 이탈리아 라자티코의 델 실렌치오 극장에서 처음 공개된 페라리 최초의 4도어 4인승 차량 푸로산게. 이탈리아어로 ‘순종(Thoroughbred)’을 의미하는 모델명처럼 페라리의 아이코닉한 DNA를 그대로 담은 푸로산게는 페라리로 조금 더 편하게 여행이나 장거리 주행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스포츠카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겠다.


사실 처음 페라리에서 4인승 차량을 출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여느 브랜드들처럼 CUV 혹은 SUV겠거니 했다. 하지만 막상 베일을 걷은 페라리 푸로산게는 페라리다운 정서를 빼곡하게 채운, 기존 스포츠카보다 조금 더 크고, 좀 더 높고, 수납공간이 더 많은 스포츠카였다. 페라리 담당자는 2+2 차량인 동시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는 차량을 제작하기 위해 전형적인 GT와 다른 레이아웃과 혁신적 비율을 찾아 적용했다고 전했다. 통상적으로 현대적 GT 엔진이 차량 앞쪽에 위치한 데 비해 페라리 푸로산게는 프런트 미드 엔진을 장착하고 후륜 쪽에 기어박스를 배치해 스포츠카와 같은 트랜스 액슬 레이아웃을 구현한 것이다. 완전히 새로워진 자연흡기 V12 엔진은 강력한 출력을 발휘하고, 매혹적인 엔진 사운드를 들려준다. 또한 낮은 회전수에서도 80%의 토크를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해 언제든 누구보다 빠르게, 민첩하게 잘 달리는 페라리 특유의 운전하는 즐거움도 놓치지 않았다.

 

 

옆에서 바라보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쿠페가 연상되는 페라리 푸로산게.

 

 

페라리가 글로벌 시승 행사 장소로 뉴질랜드를 선택한 것도 이런 연유가 아니었을까. 푸로산게가 제공하는 최고의 주행 능력을 최상으로 발휘하되 청정 자연이 선사하는 경관을 함께 즐기고 여유로움을 만끽하길 바라는 것. 


뉴질랜드 남섬의 대표 도시 퀸스타운 외곽에 위치한 깁슨밸리에서 출발해 테아나우를 거쳐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의 랜드마크인 밀퍼드사운드, 그리고 다시 퀸스타운으로 돌아오는 총 729km에 달하는 여정은 페라리 푸로산게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미러 레이크, 20년 가까운 난공사 끝에 개통한 호머 터널까지 신비롭고 장대한 볼거리가 많은 밀퍼드사운드로 향하는 길은 쭉 뻗은 직선 도로와 가파르게 굴곡진 도로가 적절히 섞여 있어 페라리 푸로산게의 빼어난 주행 능력을 십분 체감할 수 있었다. 

 

 

 

1, 2 공기역학적 디자인과 자연흡기 V12 엔진을 장착해 탁월한 주행 능력을 발휘하는 페라리 푸로산게. 3 유리 표면을 따라 흐르는 기류가 리어 스크린을 청소한다. 4 실내 아키텍처는 듀얼 콕핏 대시보드 콘셉트를 기반으로 운전석과 조수석이 대칭을 이룬다. 

 


잘 달리고 제대로 즐기기 위한 시스템

물결 모양의 위풍당당한 외관을 갖춘 페라리 푸로산게는 놀랍도록 빠르고 민첩한 차량일 뿐만 아니라 4명의 탑승자 모두에게 최상의 편안함을 선사한다. 전면 그릴 대신 자리한 하부의 상반각은 기술적 미감을 전하고, 두 개의 셸은 카메라와 주차 센서가 내장된 슬롯과 함께 차체에 매끄럽게 통합되었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쿠페가 연상된다. 


새롭게 장착한 방음 기능의 싱글 셸 탄소섬유 루프는 방음 기능을 탑재한 알루미늄 루프보다 20% 더 가벼우며 글라스 루프와 동일한 강성을 자랑한다. 페라리는 인체공학적 관점에서 휠베이스를 콤팩트하게 유지하면서 최대한 넓은 승차 공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 프런트 도어는 페라리의 다른 모델보다 5도 더 넓은 63도 오프닝 시스템을 채택했으며, 이는 79도로 열리는 전자식 리어 힌지 백 도어와 결합돼 있다. 뒷문과 유리창 사이 버튼만 누르면 뒷문이 코치 도어 방식으로 부드럽게 열리고 다시 버튼을 누르면 조용히 닫힌다. 앞뒷문을 모두 열면 성인 4명이 넉넉하게 앉을 수 있는 넓고 깊은 실내가 펼쳐진다. 


페라리 푸로산게의 놀라운 포인트 중 하나로 페라리 차량 중 가장 큰 트렁크를 꼽을 수 있겠다. 73도까지 열려 2개의 묵직한 여행 가방을 거뜬하게 실을 수 있으며, 뒷좌석을 접으면 다양한 레저 장비까지 담을 수 있다. 


다른 페라리보다 더 높은 드라이빙 포지션을 가지고 있지만 구성은 동일한 까닭에 드라이빙 포지션이 바닥에 가까워 차량의 다이내믹한 성능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3.3초, 200km/h까지 10.6초를 기록해 동급 최고의 성능을 자랑한다. 차량의 중앙 섹션 라인에 중점을 두고 개발한 공기역학 디자인 덕분에 동급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스포츠카를 완성할 수 있었다. 차량 전면의 실루엣은 보닛 곡률이 가장 큰 부분과 윈드스크린 헤더 레일이 최대한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디자인했고, 루프 후면에서 시작되어 리어 스크린으로 확장돼 각각의 측면에 하나씩 놓인 2개의 크레스트를 만들어내는 스쿠프는 성인이 뒷좌석에 앉아도 넉넉한 머리 공간을 확보한다. 


페라리 푸로산게는 리어 윈드스크린 와이퍼가 없다. 대신 후면의 유리 표면을 따라 흐르는 기류가 리어 스크린을 청소한다. 공기 흐름이 올바른 속도로 리어 스크린으로 향하게 하기 위해 서스펜디드 스포일러의 하부 표면을 곡선으로 마무리했다. 스포일러 하단 표면의 양 끝에는 두 쌍의 보텍스 제너레이터가 있어 C-필러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소용돌이를 상쇄하며 특수한 형태의 리어 스크린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

 

 

 

뒷문이 코치 도어 방식으로 부드럽게 열리며, 성인 4명이 타도 넉넉한 실내 공간이 돋보인다 . 

 


페라리의 독점적인 제어 로직은 멀티매틱(Multimatic©)에서 제공하는 TASV 댐퍼와 함께 액티브 서스펜션 시스템의 모든 성능 요소를 전자적으로 관리한다. 이 덕분에 롤 강성이 가변적이며 지속적으로 배분되고 롤 중심이 낮아져 타이어에 작용하는 측면 힘, 그리고 오버스티어 및 언더스티어가 서로 균형을 맞춰 가파른 코너링에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 주행이 가능하다. 고주파 제어는 차체 움직임과 휠의 움직임을 모두 조절하며 롤과 피치를 줄이고 노면의 요철을 흡수한다. 또한 차세대 프런트 세미 버추얼 하이 위시본 서스펜션을 채택해 스티어링휠이 불규칙한 도로와 제동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결과를 낳아 한결 부드럽게 주행할 수 있다.


푸로산게에는 보쉬(Bosch®)와 공동 설계한 새로운 ABS ‘Evo’ 컨트롤러를 설치했다. 296 GTB에서 처음 선보인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시스템과 통합해 접지력이 낮은 지면은 물론 어떤 주행 모드를 택해도 무리 없이 대처할 수 있도록 컨트롤러 기능을 가다듬은 것. 원래 296 GTB용으로 개발한 EPS 기반 접지력 예측 시스템은 눈길이나 접지력이 낮은 노면 주행을 위해 다듬어졌고, GTC4 루쏘를 위해 개발한 4RM-S 시스템은 푸로산게에서 더욱 진화했다. 이러한 기술은 사이드 슬립 앵글 컨트롤 8.0 버전에 통합되어 성능을 극대화한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내리막길에서는 페라리 차량 최초로 적용된 내리막길 제어(HDC) 기능이 빛을 발한다. 가파른 내리막에서 대시보드에 표시된 차량의 속도를 운전자가 유지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으로, HDC가 활성화되면 차량 속도가 디스플레이에 설정된 속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제동 시스템을 작동한다. 이런 도로에서도 스피드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가속 페달을 사용해 수동으로 속도를 높일 수는 실내 아키텍처는 듀얼 콕핏 대시보드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다. SF90 스트라달레에서 영감 받은 운전석은 조수석과 정확한 대칭을 이룬다. 스티어링휠 중앙 하단부에 터치식 버튼으로 바뀐 시동 버튼에 손가락을 대면, 강렬한 엔진 사운드가 울린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 역시 10.2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운전 정보를 확인하며 실제 스티어링휠을 잡은 것처럼 드라이빙에 집중할 수 있다. 윈도 리프터 버튼, 이중 유리컵 홀더, 무선 충전 구역과 결합된 키 수납공간은 간결하다. 하단에는 잡동사니를 보관하는 칸이 있어 실용적이다.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밀퍼드사운드로 향하는 길은 푸로산게의 안정적인 코너링을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코스였다.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는 뉴질랜드. 2 퀸스타운을 벗어나 작은 마을 카페 앞에 푸로산게를 세웠다. 자연 경관은 물론 한적한 동네 풍경과도 어우러지는 푸로산게의 조화로움.

 

 

깊고 오묘한 자연 속으로 

기존 페라리 스포츠카를 시승할 때면 오직 주행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페라리 푸로산게 주행에서는 주변 자연경관도 즐기고, 음악도 들으며, 마치 여행 온 것처럼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느긋한 여유가 생겼다. 뉴질랜드의 광활한 자연과 날씨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페라리에서 기본 장비로 첫선을 보인 버메스터(Burmester®) 3D 하이엔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의 공이 크다. 양산차 최초로 리본 트위터를 탑재한 푸로산게는 낮은 주파수와 더불어 저음 선명도, 파워, 스피드 면에서 궁극의 성능을 내기 위해 서브 우퍼를 자체 폐쇄형 캐비닛에 내장했다. 3D 사운드와 추가적인 프리셋은 페라리 특유의 몰입감 있고 흥미진진한 고품질 사운드를 내뿜었다.


모든 럭셔리 브랜드가 그렇지만 페라리 역시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차량의 론치 트림 중 85%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했다. 패브릭 루프 라이닝은 재활용 폴리에스터, 카펫은 바다에서 수거된 어망을 재활용한 폴리아미드로 만들었으며, 새롭게 배합된 알칸타라(Alcantara®)도 재활용 폴리에스터에서 파생되었다. 실제로 푸로산게는 재활용 폴리에스터 68%로 만들어진 특별한 버전의 알칸타라를 사용한 세계 최초의 자동차다. 알칸타라는 이 버전의 재료로 재활용 재료를 검증하고 출처에서 최종 제품화까지 추적하는 국제표준기구인 ICEA로부터 RCS(Recycled Claim Standard) 인증을 획득했다. 


푸로산게에서는 다양한 옵션을 선택하는 재미도 있다. 푸로산게만을 위해 출시한 네로(Nero) 컬러는 특정 조명 아래에서 차량의 볼륨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매우 강렬한 빨간색 반사 안료를 사용했다. 기본 제공하는 탄소섬유 버전 대신 루프 전체 길이만 한 일렉트로크로믹(electrochromic) 글라스 루프를 선택할 수 있다. 글라스의 하부 표면을 전기 감응성 필름으로 코팅해 미세한 전류가 필름을 통과하면 색조 수준을 변경해, 실내에 햇빛을 가득 채우거나 필요한 경우 그늘을 만들 수 있다. 바닥 트림에 사용되는 전통적인 카펫이나 가죽 대신 군복에 사용되는 방탄 직물을 고를 수 있으며, 우아하고 현대적인 다크 브라운 세미아닐린 가죽도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의 탄소섬유를 고도로 정교하게 재해석한 초미세 구리 와이어를 통합한 새로운 탄소섬유 직조도 옵션으로 선택 가능하다. 


이틀 동안 뉴질랜드 남섬의 아름다운 명소를 샅샅이 누빈 이번 시승에서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페라리 푸로산게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드러내기보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조화로움을 지녔다는 점이었다. 어디서든 주목받는 유려한 디자인과 자연흡기 V12 엔진의 사운드트랙이지만 작은 동네를 벗어나 카와라우강을 지나 푸른 초원과 목가적 풍경의 럼스덴에 이르기까지 한적하고 여유로운 풍경과 이처럼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스포츠카라니. 비가 내린 후 커다란 무지개가 뜬 피오르드랜드, 수묵화 같은 절경이 인상적인 밀퍼드사운드 어디서도 페라리 푸로산게는 자연의 한 부분처럼 보였고, 그 일부로 느껴졌다.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과 웅장한 엔진 사운드를 내면서도 이처럼 자연에 스며드는 스포츠카, 페라리 푸로산게는 뉴질랜드의 깊고 오묘한 자연 속에서 페라리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cooperation Ferrari, FMK

 

 

 

 

 

 

 

 

더네이버, 자동차, 드라이빙

CREDIT

EDITOR : 이영채PHOTO : 브랜드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