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캐릭터, 아트가 되다

전통적인 인물화의 문법을 벗어난 캐릭터 도상이 아트 영역에 진입한 지 오래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부터 동물 마스코트, 카툰풍의 캐리커처 등 캐릭터로 각인되는 미술 작품을 모았다.

2023.10.10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1, 2 Installation View, Yoshitomo Nara: Ceramic Works, September 5 – October 21, Pace Gallery, Seoul. ⓒPhoto by Sangtae Kim, Courtesy Pace Gallery. 3 Yoshitomo Nara, Studio view in Shigaraki, 2023. ⓒYoshitomo Nara, Courtesy Pace Gallery.

 

속을 알 수 없는 아이

요시토모 나라

무표정하게 화면 밖 감상자를 응시하거나 불퉁한 표정을 짓고, 아주 가끔 웃는, 눈이 큰 아이.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 속 인물은 한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들은 담배를 피우고, 기타를 연주하고, 칼을 들고 있기도 하다. 의중을 알 수 없는 기묘한 표정 탓일까. 캐릭터는 기억 저편의 어린아이를 불러낸다. 누구나 품고 있는 과거의 나, 말없이 무언가를 숨긴 아이 말이다. 아이에게 기대하는 밝고 순수한 모습을 작품이 배반할 때, 좀 더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요시토모 나라는 평면뿐 아니라 입체로도 아이 캐릭터를 표현했다. 도자기의 고장으로 불리는 일본 시가라키에서 레지던시 생활을 한 것이 계기였다. 10월 21일까지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 <Ceramic Works>에서는 도자기로 빚은 아이의 얼굴과 세라믹 드로잉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3층 전시실은 작가의 의도대로 ‘학생이 등교하지 않는 여름방학의 빈 교실’을 구현해 어린 시절을 호출한다.

 

 

 

1 옥승철, ‘Irochi’, 2023, Acrylic on canvas, 70×70cm . Image courtesy of KICHE, OK Seungcheol. 2 옥승철 ‘Face’, 2023, Acrylic on canvas, 70×70cm. Image courtesy of KICHE, OK Seungcheol.

 

Z세대의 초상

옥승철

19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일까? 혹은 한국 명랑만화? 그도 아니면 최근 웹툰? 국내 신스팝 밴드 아도이(ADOY)의 앨범 커버로 알려진 옥승철 작가의 캐릭터를 어디서 보았는지 더듬는 일은 의미 없다. 그는 여러 이미지를 디지털로 재조합한 뒤 옮겨 그리는 방식으로 이미지의 ‘원본성’ 개념에 질문을 던지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회화 작업 시 아크릴 물감을 얇게 올려 표면을 평평하게 만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에게는 작가의 흔적보다 이미지를 조합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그럼에도 노스탤지어를 부르는 그림체로 재현한 모호하고 공허한 표정의 캐릭터는 현세대의 초상으로 소환되기에 충분하다. 10월 7일까지 갤러리 기체에서는 옥승철 작가의 개인전 <트로피>가 열린다. 동일한 이미지를 회화와 조각으로 각각 제작한 작품(‘트로피’), 한 캐릭터의 서로 다른 세 가지 표정이 3면을 둘러싼 작품(‘라쇼몬’) 등 복제 매체와 방식이 달라질 때 피어나는 효과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1 David Salle, ‘Tree of Life, Muscles’, 2023, Oil, acrylic, and pencil on linen, 142.2×106.7×3.8cm. ⓒDavid Salle/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2 David Salle, ‘Tree of Life, Gender Roles’, 2023, Oil on linen, 182.9×248.9×3.8cm. ⓒDavid Salle/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Courtesy the artist and Lehmann Maupin, New York, Hong Kong, Seoul, and London.

 

무대 위 캐리커처

데이비드 살레

데이비드 살레가 2020년부터 작업해온 ‘Tree of Life’ 연작의 구성은 간결하다. 화폭은 무대처럼 위아래로 나뉘고, 가운데는 나무가, 나무 양옆에는 인물이 자리한다. “나는 작은 연극 무대를 연출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무대 위에 나무와 사람이 서 있는 형태다. <뉴요커>의 전설적인 삽화가 피터 아르노풍으로 표현된 인물들은 나무를 사이에 두고 대치 중이다. 옛 상류층 복장을 입은 이들 사이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옛 연인과 새로운 연인, 유혹하는 두 사람, 내연 관계 등 통속극 서사가 머릿속에서 뻗어나간다. 이때 무대 위 나무는 화면을 분할하는 프레임이자 생명을 상징하는 장치이며, 이야기의 확장을 은유한다. 한편 무대 아래는 완전히 자유로운 작가만의 공간이다. 메인 서사와 무관하게 추상적인 붓질이 채워지거나, 구상과 추상이 뒤얽힌다. 이 무대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10월 28일까지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리는 개인전 <월드 피플>을 놓치지 말 것.

 

 

 

1 Simon Fujiwara, ‘Who’s Bigger Splash (Water Identity Playtime)’, 2023, 목탄, 종이 콜라주, 135×120cm. Courtesy of the artist & Gallery Hyundai. 2 Simon Fujiwara, ‘Who’s Whorinal (Golden Days)’, 2023, UV 프린트, 목탄, 색종이 콜라주, 96×68cm. Courtesy of the artist & Gallery Hyundai.

 

어디에나 있는, 후(Who)

사이먼 후지와라

일본계 영국 아티스트 사이먼 후지와라의 캐릭터 ‘후’는 하얀 털에 황금빛 심장, 몸보다 더 긴 혀를 가진 곰이다. 팬데믹 봉쇄 기간,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 대응하기 위해 사이먼 후지와라가 창조한 ‘후 더 베어(Who the Bær)’ 시리즈는 지난봄 갤러리현대에서 연 개인전 <Whoseum of Who?> 이후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어떤 정체성에도 갇히지 않는 ‘후’는 젠더, 섹슈얼리티, 취향, 심지어 종마저도 모호하다. 그 덕분에 자유롭게 모습을 바꾸며 명작 사이를 오간다. 바스키아 그림의 일부가 되어 왕관을 쓰더니, 뒤샹의 샘에 몸을 담그는가 하면 호크니의 수영장에 뛰어든다. 심지어 모네의 그림에서는 직접 수련이 된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후’는 이렇듯 20세기 미술사에 침범해 전복의 쾌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평면 회화뿐 아니라 콜라주와 조각, 미로 등을 분주히 오가며 ‘후’는 지금도 계속해서 변신 중일 것이다. 자아와 정체성에 대한 유쾌한 질문을 남기며.

 

 

1 Kenny Scharf, ‘Pink Sad & Soft’, Moodz. Courtesy of the artist. 2 Kenny Scharf, ‘Zevil’, Moodz. Courtesy of the artist.

 

익살스럽고 생생한

케니 샤프

팝아트의 아이콘 케니 샤프의 시그너처 캐릭터를 보면 킬킬대는 웃음소리가 떠오른다. 유령 같기도 괴물 같기도 한 형상은 몰려다니며 소동을 일으킬 것만 같다. 1980년대 장 미셸 바스키아, 키스 해링과 함께 뉴욕 이스트빌리지에서 활동한 케니 샤프는 이른바 ‘팝 초현실주의’, ‘슈퍼 팝’ 작가로 불린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와 대중문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만큼 재기발랄한 만화적 상상력이 두드러지며, 생생한 컬러와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은 그의 작품을 구분 짓는 인장이다. 또한 케니 샤프는 디지털 시대 이전 이모지의 원조로 꼽힌다. 그는 1981년부터 눈, 코, 입이 과장된 둥근 얼굴을 뉴욕 거리 곳곳에 그린 스트리트 아티스트기도 하다. 표정, 감정, 컬러가 저마다 다른 ‘무즈(Moodz)’ 시리즈는 익살스럽고 과장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날카로운 이빨을 감추고 있어 이중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1 Edgar Plans, ‘The Visitors’, 2023, Mixed media on Canvas, 150×280cm. ⓒEdga Plans, 이미지 제공 S2A. 2 Edgar Plans, ‘A Rose for You’, 2023, Mixed media on Paper, 30×21cm. ⓒEdga Plans, 이미지 제공 S2A.

 

큰 눈망울의 히어로

에드가 플랜스

커다란 눈망울, 얼굴의 반 이상을 덮는 모자 겸 망토, 작게 웃음 짓는 입. 스페인 작가 에드가 플랜스가 창조한 ‘애니멀 히어로즈’는 무구하고 사랑스럽다. 언뜻 동물인지 사람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렵지만 초롱초롱한 눈과 축 늘어진 귀를 보고 있자면 강아지와 눈 맞출 때처럼 미소가 새어 나온다. 버려진 동물들이 외계인에게 초능력을 받아 슈트를 입고 히어로가 되었다는 설정이다. 애니멀 히어로즈는 피부색도 생김새도 다 다르지만, 함께 구름을 타고 비행하거나 커피도 만들며 평화롭게 어울려 살아간다.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이들의 진정한 슈퍼 파워일지도 모르겠다. 히어로즈의 사랑스러운 세계를 엿보고 싶다면 11월 29일까지 S2A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In My Coffee Time>을 찾자. 서로를 보듬는 마음도 커피를 즐기는 여유도, 모두 인간이 배워야 할 자질이다.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아트

CREDIT

EDITOR : 박지형PHOTO :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