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19세기 오스만 양식의 파리 아파트

첫인상은 엄격하고 단호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창의성이 돋보이는 예술 작품으로 더없이 자유롭고 편안한 집. 모던하게 업데이트된 19세기 오스만 양식의 아파트를 소개한다.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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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 양식 아파트의 매력을 살린 쪽모이 세공 마룻바닥과 흰색 벽면으로 갤러리 같은 여백을 살린 거실. 창가에 놓인 곡선형 소파는 블라디미르 카간(Vladimir Kagan)의 1950년대 디자인, 벽난로 위 조각은 토머스 하우즈아고(Thomas Houseago) 작가 작품.

 

 

어린 세 자녀를 둔 부모이자 아트 컬렉터로서 남다른 취향을 지닌 부부가 파리 7구 앵발리드 지역에 자리한 19세기 오스만 양식의 아파트를 구입했다. 한 번도 개조한 적이 없어 격조와 운치는 있지만 낡고 오래된 공간은 무조건 리노베이션이 필요했던 상황. 특히 부부는 오랜 시간 갈고닦은 심미안으로 수집한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oniel)의 유리 오브제,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플로어 램프, 르네 랄리크(René Lalique)의 화병,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세라믹 캔들 홀더,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조형물, 린 보트랭(Line Vautrin)의 1950년대 빈티지 거울, 파스텔 수채화로 유명한 프랑스 현대 화가 샘 샤프랑(Sam Szafran)의 회화 등 현대미술 작품을 일상에서 즐기기를 원했던 터라 인테리어 디자인은 단순한 개조를 넘어 작품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수였다. 그런 까닭에 부부가 리노베이션 파트너를 선정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심사숙고 끝에 택한 디자인 스튜디오는 줄리앙 앙사르게(Julien Ensarguet), 리샤르 길보(Richard Guilbault), 피에르 프티(Pierre Petit) 등 세 명의 젊은 인테리어 건축가로 구성된 ‘아틀리에 다(Atelier DAAA)’였다. ‘친구(Ami)’, ‘건축가(Architecte)’, ‘협회(Association)’를 뜻하는 단어의 첫 글자를 모티프로 해 이름을 지은 ‘다(DAAA)’는 2016년 설립된 이래 파리의 고전적인 주거 공간을 한층 모던하고 시크한 스타일로 변신시키며 하이엔드 인테리어 디자인에 전환점을 제시한 인테리어 건축 사무소로, 이들은 젊은 디자이너답게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그들의 작업을 꾸준히 선보였고, 이 집의 주인 부부는 그들의 포트폴리오를 눈여겨봤던 것.

 

 

1 거실과 이웃한 TV룸. 아트 컬렉션과 여행을 즐기는 집주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책과 소품, 사진 등이 공간을 아름답게 채우고 있다.  2 집주인의 아트 컬렉션으로 독보적인 개성이 드러나는 거실. 천장까지 뻗어 있는 나무 모양의 조명은 아틀리에 콩파니 샤를로(Atelier Compagnie Charlot), 그 아래 놓인 양 조형 아트워크는 프랑수아 자비에 라란(François-Xavier Lallane) 작품, 벽면에 걸린 유리 블록 작품은 장미셸 오토니엘 작품이다. 

 

“집주인 부부는 인스타그램에서 저희를 알게 되었다고 해요. 우리 스타일이 자신들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확신이 들었고, 특히 파리의 차분한 럭셔리 코드를 유지하면서도 신선함을 입혀줄 젊은 인테리어 건축가라는 점을 높이 평가해주셨죠. 그리고 일을 진행하는 동안 거듭된 만남을 통해 형성된 서로의 유대감은 거의 절대적이었습니다.” 피에르의 설명에 따르자면 지나치게 과시적이지도, 접근하기 어려울 만큼 낯선 세련미를 구사하지도 않으면서 원래 건물이 지닌 문화유산적 가치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현대 생활 공간에 어울리게 풀어내는 아틀리에 다의 작업 방식이 집주인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 한편 이 집은 클라이언트뿐만 아니라 일을 의뢰받은 인테리어 건축가들에게도 설레는 도전이었다. “이 아파트는 단 한 번도 리노베이션한 적이 없었습니다. 옛 모습 그대로였고, 모든 것을 새롭게 다시 해야 했습니다.” 

 

 

모던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벽면의 부조 장식으로 예술적인 디테일을 살린 복도. 2 볼록 거울 컬렉션과 알렉산더 칼더 모빌 등 집주인의 수집품으로 장식한 현관. 

 

 

오래된 돌, 벽난로, 쪽모이 세공 마룻바닥부터 시작해 내부 안뜰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동선 구조인 L자형 아파트는 19세기에 유행한 전형적인 오스만 양식이었다. 아틀리에 다에게는 흥미진진한 놀이터이자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었다. 집주인 부부는 개조에 대해 인테리어 건축가에게 전권을 맡기며,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공유할 수 있는 가족 친화적인 공간을 원하면서도 각자의 공간을 보장할 것, 그리고 예술품과 기존 가구가 제자리에 고정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집주인 부부는 아트 컬렉션을 인테리어 디자인에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갤러리 같은 전형적인 스타일은 피해달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개조를 담당한 피에르는 클라이언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도전을 거듭했다. 그는 오래된 아파트에 현대적 감각을 더하기 위해 개방적인 레이아웃을 적용했고, 이와 동시에 예술품의 자리 이동이 자유로운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아이들 방은 다락과 연결해 넓고 흥미로운 공간이 되도록 개조했다. 

 


스타일에 관해서는 집주인과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졌다. 쪽모이 세공 마룻바닥, 몰딩 등 오스만 양식의 특징 중 보존 가치가 높은 것은 그대로 유지하고 벽난로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대체해 클래식과 모던의 절충점을 찾아 이 집만의 스타일을 형성했다. 또한 다소 폐쇄적이었던 오스만 양식 특유의 레이아웃을 개방적인 구조로 전환해 의도적으로 모던하고 시원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업에 중점을 두었다. 강렬한 색감과 존재감을 지닌 예술 작품이 인테리어에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 마감재는 색상이 있는 것보다는 대리석, 금속, 청동 등 본연의 무게가 돋보이는 소재 위주로 선택했다. 

 

 

식물을 그린 뮤럴 벽지와 새장을 닮은 펜던트 조명으로 단장한 자녀 침실. 숲속에 있는 듯 자연미를 강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한편 어린 세 자녀가 있는 집주인의 패밀리 하우스 리노베이션 조건에는 아이들 방을 획기적으로 디자인하는 것도 포함되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집주인 부부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어린아이들을 위해 숨겨져 있던 다락을 활용하여 색다르고 흥미로운 공간을 실현했다. 다락방을 활용해 자녀 방을 두 배로 넓게 만들고, 박공지붕 모양의 천장 구조를 살려 자녀 방 자체를 동화 속 오두막집 같은 스타일로 완성한 것이다.

 

 

단순한 형태와 차분한 색감의 조화로 편안함과 세련미가 공존하는 다이닝룸은 집주인 가족은 물론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자부할 만큼 완성도 높은 공간이다. 벽면의 사진 작품 한 쌍은 영국 사진가 클레어 스트랜드(Clare Strand) 작품, ‘클라우드’ 펜던트 조명은 아파라투스 제품이다. 

 

벽부터 카운터 상판까지 같은 소재의 대리석을 사용해 깔끔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내는 주방. 대리석과 거울 등 한정된 소재를 사용해 깔끔하게 떨어지는 직선 그 자체가 돋보이는 욕실. 

 


“개방적인 레이아웃을 지향한 개조라는 점을 두고 봤을 때, 다이닝룸과 연결된 오픈 키친 디자인은 매우 흡족한 결과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저희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지요. 주방 가구 디자인부터 테이블 배치, 패브릭,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까지 모든 것을 직접 제작했어요.” 디테일의 차별화를 통해 고급스러움과 개성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는 공간의 모든 요소를 실용적이면서도 미적으로 돋보이게끔 하나하나 손수 제작하는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신념을 모든 공간에 일관되게 적용하면서 스스로 자초한 난관도 있었으니, 침실에 욕실을 만들고자 한 집주인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사실 이 아파트의 수도 및 배관 시설은 모두 안뜰인 중정을 따라 설치되었기 때문에 원하는 위치에 욕실이나 주방을 배치하는 게 쉽지 않은 구조다. “오스만식 아파트는 원래 많은 수의 욕실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유형의 리노베이션을 수행하려면 기술적인 전문 지식이 필요합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내력벽을 없애고 공간을 확장할 때도 마찬가지죠. 기술적인 측면을 해결하고 나면 디자인은 그저 ‘케이크 장식’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오래된 아파트에 없던 시설을 만든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닌 데다, 경험이 많다 하더라도 현장마다 다른 조건은 늘 새로운 도전일 수밖에 없는 법. 특히 공사를 진행하며 발생할 수밖에 없는 소음과 진동 탓에 이웃에게 양해를 구하는 작업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실 한쪽에 유리 도어를 설치해 마련한 홈 오피스. 창문 아래 선반형 책상은 대리석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2 웨인스 코팅으로 장식한 벽면처럼 보이는 붙박이장과 뮤럴 장식 벽화를 통해 고전적인 요소를 세련되게 연출한 침실.    

 


이 집은 개조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완료까지, 2년여가 소요되었고 시간을 투자한 만큼 동시대에 지은 새 아파트 기준에 부합하는 모든 기능을 갖춘 모습으로 재탄생해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 모두 만족한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케이크 장식’ 같은 인테리어 디자인은 집주인 부부가 소장한 아트 컬렉션이 주인공으로 낙점되어 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놀랍게도 아주 쉽게 이루어졌습니다. 클라이언트의 미적 세계와 우리의 건축 세계는 상호 보완적 관계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아마 집주인이 저희를 선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겠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마음대로 선택해 집을 꾸밀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이고 기쁨인지 모를 거예요.” 피에르는 집주인은 물론 그들이 거래하는 파리 예술품 딜러와 긴밀히 교류하며 공간과 작품의 이상적인 조합을 실현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로서 많은 것을 배우는 값진 경험을 누렸다고 밝힌다. “이번 리노베이션은 우리도 미처 알지 못한 새로운 세계, 독특한 예술 작품으로 우리의 작업 실력과 수준을 한 뼘 업그레이드할 드문 기회였습니다.” 예술에 대한 애정으로 완성한 컬렉션과 이를 마음껏 공간 디자인에 장식 요소로 활용할 수 있는 자유의 만남,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집주인 부부는 이를 두고 순수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진짜 리노베이션이었다며, 이 집의 재탄생 이야기를 기쁜 마음으로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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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이정민PHOTO : Thomas de Bruy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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