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적재, 공연이 끝난 후

밴드와 컴퓨터는 잠시 잊고, 적재는 소극장에서 현악사중주단과 함께 공연을 가졌다. 한 걸음 건너 관객들의 표정을 읽으면서.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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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와이드 데님 점프슈트 니치투나잇. 

 

 

지난주에 소극장 콘서트 [......]을 마쳤어요. 공연 이후 어떻게 지냈어요? 소극장 콘서트는 일반 공연보다 체력적으로 더 힘들어서 푹 쉬었어요. 


소극장 공연 준비 과정과 공연을 준비하며 기대했던 부분이 궁금한데요. 준비 과정은 특별할 게 없었어요. 기존 곡들을 어쿠스틱 또는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하기 위해 준비했고, 현악사중주단과 협연하는 형식이라 현악에 맞춰 편곡했고요. 컴퓨터 데이터를 활용해 밴드와 함께 연주했던 곡들을 현악사중주단과 연주하기 위해 합주 연습이 늘었어요. 2시간 반 동안 오롯이 스스로 노래해야 해서 체력적인 준비도 필요했고요.  

 

 

 

루스한 아이보리 니트 톱, 패치워크 빈티지 베이지 코튼 팬츠 모두 골든구스. 레이어드한 화이트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소극장 공연에선 아티스트가 더 친밀하게 느껴져요. 객석과 거리가 가깝기도 하지만, 사운드도 더 솔직한 느낌이 들거든요. 풍성한 밴드 사운드를 덜어내고 어쿠스틱 연주를 하니까요. 아티스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마음의 자세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어요. 제가 외로워하면 그 느낌이 더 깊어질 수 있죠.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기타 소리에 더 몰입했어요. 이전에도 호응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특별한 반응을 얻은 것 같아요.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어쿠스틱 곡을 연주했고요. 밴드 없는 공연은 처음이라 공연 전에는 조금 불안했지만, 무대에선 오히려 더 자유로운 느낌이었어요. 소극장이라 관객들 표정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요.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소극장 공연은 앞으로도 계속할 건가요? 네. 이번 악기 조합이 제 음악과 잘 어울린다고 느껴져서 다양한 방법으로 무대에 설 생각이에요. 현악기와 기타의 조합이 생각보다 사운드를 풍성하게 만들어내더라고요. 이번에는 콰르텟과 했지만 12인조나 24인조 오케스트라로 규모가 커질 수도 있어요. 부족한 사운드는 기타 연주로 채우고요. 현악으로 줄 수 있는 감성도 있으니 앞으로 이런 공연을 더 키워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적재의 음악은 메마른 감성을 일깨워요. 가사가 새벽을 한 조각 떼어낸 것 같아요. 가사 쓸 때 어떤 고민을 하고,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제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편이 아니에요. 일상에서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속에 담아두는 성격이죠. 그런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가사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 자연스러워요. 제 음악이나 가사에서 어두운 면이나 깊은 뉘앙스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감성이 자연스레 표현돼요. 특별한 곳에서 영감을 받기보다는 평소에 감정이나 생각을 메모장에 기록하곤 해요. 그중에서 음악과 어울릴 것 같은 것을 가사로 만들어요. 

 

 

 

화이트 재킷, 화이트 셔츠, 화이트 버뮤다팬츠, 블랙 부츠 모두 페라가모.

 


작업 순서는 어떤가요? 메모해둔 아이디어에서 멜로디를 만들고 그다음에 가사를 붙이나요? 곡마다 프로세스가 달라요. 때로는 멜로디를 녹음기에 저장하거나 작업물로 만들어둔 후 그에 어울리는 가사를 붙이기도 하고, 반대로 좋은 가사에서 출발해 멜로디를 만들기도 해요. 기타를 사용해 기본 틀을 만든 후 그것을 발전시키는 방식도 있고요. 


적재는 가사에서 일상의 소소한 감정을 예쁘게 표현해요. 사람들은 그 점을 좋아하는 것 같고요. 맞아요. ‘별 보러 가자’ 같은 곡이 그런 성향을 띠고 있죠. 사실 저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강요하거나 요청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성향이 가사에도 반영되는 것 같아요. 


주변에 음악적 동료나 멘토가 많나요? 멘토들은 대학 시절에 알게 된 한 학번 위 선배들이에요. 동기들보다는 05학번 선배들과 더 많이 활동했어요. 선배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 보니 저도 그런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고, 2010년대 초반에는 재즈 클럽에서도 많이 연주했어요. 그 경험을 통해 제 능력도 많이 향상된 것 같아요. 선배들에게 음악을 즐기는 법을 배웠고, 음악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닌, 여럿이서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임을 깨달았죠. 만약 그 선배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앨범을 내거나 음악을 계속했을지 모르겠어요. 선배들은 저에게 멘토이자 동료이며 선생님 같은 소중한 존재예요. 

 

 

 

그레이 포켓 모직 셔츠, 네이비블루 메시 풀오버 톱, 모두 아미. 

 


처음 기타를 잡았던 것부터 대학에서 좋은 선배들을 만난 것,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한 것까지 기회를 잘 잡은 것 같아요. 그런데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죠. 물론 남들보다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잠을 줄여가며 연습했고, 슬럼프도 자주 겪었죠. 주변에 뛰어난 사람이 많았기에 그들에게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고요. 때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연습했어요. 노력 덕분에 좋은 기회들이 왔고, 그 기회들을 잘 활용해 음악 활동을 이어나갔죠. 노력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에요. 때로는 운이 좋았던 순간도 있었어요. 뒤돌아보면 노력과 운이 잘 맞아떨어져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슬럼프도 많이 겪었다고요? 네, 엄청 많이 겪었어요. 저는 거의 슬럼프와 함께 살아왔던 것 같아요. 


슬럼프를 극복한다는 것은 성장한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그렇죠. 이렇게 말하니 조금 다르게 들릴 수 있겠지만, 제 경우에는 슬럼프 주기가 굉장히 짧았어요. 길면 한 달, 짧으면 일주일 정도로 자주 겪었죠. 슬럼프를 극복하기도 전에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잊힐 즈음에 다시 다음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이런 패턴이 계속되었거든요.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할 때 어떤 기대나 바람 같은 게 있었을까요? 처음 앨범을 내기 전에는, 세상이 바뀔 것 같았어요. 실제로 앨범을 발표하고 나니 별 반응이 없더라고요. 이후로는 기대치를 낮추고 꾸준히 음악 세션과 외부 작업으로 돈을 벌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갔어요. 제 멘토 중 한 분인 나원주 선배가 힘든 시기에 “별생각 하지 않고 꾸준히 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서 제 생각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실제로 조금씩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라일락 컬러 아웃포켓 모직 셔츠, 와이드 코튼 팬츠 모두 네이비 바이 비욘드클로젯. 아이보리 운동화 악셀 아리가토.

 


젊을 때는 새로운 경험과 비례해 감수성도 짙어지는데, 나이가 들면서 감정이 마르기도 해요. 성숙해지는 과정이라 할 수도 있는데, 감수성이 사라질까 걱정되지는 않나요? 사실 지금까지 크게 느낀 변화는 없어요.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다양한 감정을 배웠어요. 어릴 때의 풋풋한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새롭게 느끼는 것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덤덤해진다면 덤덤해지는 노래를 쓰면 되고요. 내 나이와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 있을 테니, 그것을 찾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꾸준히 공연하고 앨범을 발표하는데, 현재 집중하고 있는 작업의 주제나 고민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정규앨범에 에너지를 쏟아내서 잠시 새 앨범에 대한 생각은 멈췄어요. 이제 공연도 마무리되어서 새로운 작업을 준비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정확한 주제는 없고, 단순히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어요. 작업한 앨범을 기준으로 보면 지금이 제일 오랫동안 쉬고 있는 시기거든요. 그래서 뭔가 시작해야 할 때라는 압박감이 있긴 해요. 


올해가 4개월 정도 남았는데, 그 안에 새로운 곡을 발표할 수 있을까요? 그럴 계획으로 준비 중이에요. 데모곡도 몇 개 준비되어 있고, 4개월은 곡 작업을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니까 뭔가 새로운 작업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stylist 신혜련 hair 김태현(미장원) makeup 김도연(미장원)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조진혁PHOTO : 임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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