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고아라가 눈으로 말하는 것들

배우 고아라가 웃음을 거두고 눈으로 말하는 것들.

2023.08.23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블랙 니트와 화이트 셔츠 구찌.

 

2003년 데뷔 후 20년이 흘렀어요. 돌아보니 어떤가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1~2년 후만 생각하고 살다 보니 어느덧 20년이 되었네요. 제 입으로 이야기하자니 쑥스럽기도 낯설기도 해요.


어린 나이에 연기 활동을 시작했는데, 다른 직업을 고민한 적은 없나요? 네, 없었던 것 같아요. 또래 친구나 매체를 통해 여러 직업을 접할 때도 연기에 녹여내기 위해 귀를 기울였어요. 직업 탐구는 모두 연기 준비의 일환이었어요.

 

 

 

아이보리 니트 셋업 알라이아. 브라운 앵클부츠 보테가 베네타.

 


연기자라는 직업의 매력은 어디서 찾았나요? 어릴 때는 연기를 통해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을 완성하는 재미가 컸죠. 그러다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가치관이 정립되었어요. 친구들과 연극을 올리며 무대 설비부터 분장, 조명 등 극의 다양한 요소를 배우고, 이론 수업에서 연기론을 공부하며 연기자의 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어요.


대본 분석을 꼼꼼히 한다고요. 평소 캐릭터는 어떻게 분석하나요? 제가 맡은 인물의 입장에서 일기를 써요. <반올림> 때 홍 자매 작가님이 알려준 방법인데, 캐릭터 분석의 기초가 돼요. 인물의 직업이나 성격, 가정환경 등에 대해 감독님, 작가님과 이야기도 나누고,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부분은 상상하며 일기를 써요. 인물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지는 경험을 하다 보니 습관으로 자리 잡았어요. 제 일기장보다 캐릭터 노트가 더 많을 정도예요. 

 

캐릭터 일기는 언제까지 쓰나요? 대본을 받고 촬영에 들어갈 때까지요. 촬영을 시작하면 시간이 없으니, 대본에 제 감정이나 생각을 많이 메모해둬요. 제가 읽는 일반 책도 메모로 가득해요. 많은 내용이 일기처럼 남아 있어서 누구에게 빌려줄 수도 없죠(웃음). 

 

 

핑크 퍼 셋업과 아이보리 실크 보디슈트 스포트막스. 부츠 레이첼 콕스.

 

 

캐릭터와 일체화되면 빠져나오기 힘들지 않아요? 어릴 때는 캐릭터가 나인 것 같았어요. <반올림> 시절에는 제가 다닌 실제 중학교보다 과천중학교(<반올림 1>의 촬영 장소)에 더 자주 갔거든요. 일주일에 실제 등교는 2~3일이고, 나머지는 촬영이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거의 옥림이로 살았지만, 이후 다른 작품을 만나면서 조금씩 습득한 것 같아요. 내 세계가 있어야 캐릭터도 존재한다는 걸요. 지금은 ‘배역과 일체화된 나’와 ‘일상의 나’가 나뉘어서 혼란스럽지 않아요. 

 

<반올림>의 이옥림이나 <응답하라 1994>의 성나정은 친구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인물이에요. 배우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인기가 많았던 작품이고 시청자에게 가깝게 와닿는 캐릭터라 오래 기억해주시는데, 활발히 소통할 수 있었던 기회라 영광스러워요. 

 

최근작인 영화 <귀공자>의 첫 등장 신에서는 특유의 에너지로 극의 분위기를 환기했어요. 그러다 다음 장면부터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반전을 일으켰고요. 박훈정 감독님이 그런 대비를 원했어요. 첫 장면은 익숙한 모습으로 등장해서 누가 봐도 “어? 고아라네?” 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연기했고, 이후로는 윤주의 본래 성격이 드러나요. 윤주는 킬러지만 잠복 수사를 하듯 상황에 맞게 변장을 해요. 영화에는 짧게 나오지만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는 킬러처럼 몰입하려 했죠.

 

 

화이트 셔츠와 블랙 레더 미니스커트. 레더 타이 모두 리리.

 

 

촬영 중 어려운 액션 연기는 없었나요? 카체이싱과 총 쏘는 액션이 전부라 어렵지는 않았어요. 워낙 겁이 없기도 하고요. 운전 장면 위주였지만, 몸을 쓰는 액션도 있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운전석에서 내려 차 뒤로 몸을 숨기며 총 쏘는 장면은 고난도로 보였어요. 연습을 많이 한 덕에 나온 장면이에요. 촬영 전 감독님이 총이 손에 익었으면 좋겠다며 실제 총 무게의 모형을 주셨어요. 총을 다루는 것부터 실탄 갈아 끼우는 것도 반복해서 연습했어요. 사실 무릎을 꿇고 앉아서 실탄을 교체하는 내용은 콘티에 없었는데, 차 문을 열고 급히 총을 써야 하니 자연스럽게 진행됐어요. 연습한 대로 빠르게 움직여서 수월하게 촬영한 기억이 나요.

 

다른 캐릭터의 장면 중 도전해보고 싶은 액션이 있다면요? 김강우 선배님처럼 장총도 다뤄보고 싶고, 한 이사 역도 해보고 싶어요. 사회적 지위가 있지만 굉장한 다혈질에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잖아요. 그런 역할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윤주 캐릭터도 시도한 적 없던 영역이 많아서 즐거웠거든요.

 

 

그레이 데님 셋업과 터틀넥 아미. 실버 슬링백 지미추.

 

 

오늘 화보 촬영장 분위기를 활기차게 이끌던데, 굉장히 외향적인 성격 같아요. 평상시 혼자 있을 때도 즐겁게 지내요. 흥이 많기도 하고요. MBTI가 유행이다 보니 외향형일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그런데 아직 검사를 끝까지 해본 적은 없어요. 도저히 모르겠다 싶은 항목이 많아서 어렵더라고요. 모른 채 살기로 했어요(웃음).  


<응답하라 1994> 10주년 모임도 주도했다고요. 주선하는 일이 제게는 어렵지 않아서 다 같이 모이자 제안했어요. 평소에 자주 연락하는 성격도 아니고 다들 바쁘다 보니 만나기 어렵지만, 한번 모이면 어색함 없이 친숙하고 재미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할 계획은 없나요? 섭외가 많이 들어온다고 알고 있어요. 계속 다음 작품을 살피다 보니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더라고요. 또 저의 유쾌한 면을 모르다가 ‘서프라이즈!’로 알게 되는 것도 좋지 않나요? 잘 맞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어요. 

 

 

블랙 레더 코트 리리. 화이트 탱크톱 보테가 베네타. 블랙 미니스커트 토즈.

 

 

촬영이 없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시간을 쪼개서 필라테스, 헬스, 수영을 꾸준히 해요. 드라마 <해치> 때 발목 인대를 크게 다쳤는데, 재활 타이밍을 놓쳐서 발목이 약해졌거든요. 하이힐을 신기 힘들 정도로 발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재활에 공을 들였죠. 그 습관이 몸에 배어서 근육 강화 운동에 시간을 들이고 있어요. 집에서 설거지할 때도 발가락은 필라테스 동작을 따라 할 정도예요.


10대에 데뷔해 이제 30대인데, 지금의 나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더 여유가 생기고 현장에서 자세도 조금씩 달라진 듯해요. 예전에는 내 역할에 집중하는 게 재미있었다면, 지금은 낯선 현장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어요. 시야가 넓어졌달까요. 어릴 때는 내 앞의 인물만 보였고, 연기해야 하는 감정에만 몰두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카메라 주위의 스태프들이 다 보여요.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촬영하는 즐거움이 커서 현장이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해요.


작품을 고르는 기준도 이전과 달라졌나요? 회사에서 작품을 같이 골라주는 시절이 있었지만, 기준은 같아요. 무엇이든 도전하기 좋아해서 안 해본 역할, 새로운 도전이면 조연이든 주연이든 카메오든 가리지 않아요. 그 기준 하나로 그때그때 타이밍이 맞는 작품에 참여해왔어요.

 

 

슬리브리스 레더 원피스 펜디. 블랙 레더 롱부츠 지미추.

 


최근 빠져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보셨어요? 우연히 시즌 4의 1화를 봤는데 푹 빠져서 몰아 봤어요. 잘 만든 작품은 앞의 내용을 몰라도 재미있나 봐요. 마지막 네 편은 도저히 다음 날을 기다릴 수 없어서 밤을 새웠을 정도예요. 처음으로 돌아가 시즌 1부터 보는 중인데 몰입감이 뛰어나고, 배우의 연기나 영상미, 아이디어가 훌륭해요.


앞으로 생활인으로서, 그리고 연기자로서 어떤 미래를 구상하고 있나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쁨이 커서 앞으로도 그렇게 보내려 해요. 영국 영어와 도예를 배우고 있고, 곧 댄스 레슨도 시작해요. 다양한 배움이 배역에 보탬이 되리라 생각해요. 배우로서는 차기작을 신중히 고르고 있으니 곧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수 있을 거예요. 도전해보지 못한 장르를 접하고 싶어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물건을 모으듯 새로운 경험을 수집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여행을 많이 다녀요. 새로운 문화, 새로운 음식,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냄새를 기억하는 게 좋아요. 후각이 민감해서 그 나라 특유의 향이 깊이 각인돼요. 10년 전쯤 몽골 울란바토르 호텔에서 맡은 수건 냄새는 아직도 생생해요.


여행지 가운데 다시 가고 싶은 곳을 꼽는다면요? 알래스카가 떠오르네요. 발목이 나아진 후 처음 여행한 곳이에요. 추운 날씨와 눈을 좋아하기도 하고, 작은 오로라도 봤어요. 우연히 만난 폭죽과 오로라가 수놓은 풍경이 특별하게 남아 있어요.   

 

STYLIST 허예지 HAIR 오종오 MAKEUP 정은경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박지형PHOTO : 김외밀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