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신발이 좋아서

수백 켤레의 스니커즈를 모으고, 리뷰했다. 유튜브 <와디의 신발장>으로 알려진 와디가 스니커즈를 좋아하는 이유.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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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어느 순간 세상에, 맙소사 감탄하는 것들을 보게 된다. 그것은 매혹적이고, 흥미로우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천장에 그 기적 같은 순간을 복기하는 것이다. 1990년대에는 신비로운 것들이 많았다. 바다 건너 이국에서 몰려오는 것들. 일본의 전자제품이나 세련된 음악과 패션, 유럽의 고풍스럽고 호화로운 것들, 그리고 대중문화의 정점에 있던 미국의 화려함이다. 쉽게 스며들던 힙합의 비트나 적의 가득한 거친 정서 같은 것을 1990년대 소년들은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그리고 농구가 있었다. NBA. 2m에 육박하는 거인이 하늘을 날 듯 점프했고, 경이로운 움직임으로 슛을 했다. NBA 스타들의 하이라이트를 보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었다. 선수들의 이름을 외웠고, 포스터를 벽에 붙이기도 했다. 그리고 농구화도 유행했다. 아이들은 나이키의 조던 시리즈 같은 농구화를 신었고, 그것이 그 시대의 룰이었다. 스포츠 브랜드마다 농구화를 출시했고, 다양한 시리즈가 출시되면서 그것들을 모으고, 팔고, 교환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스니커즈 수집은 1990년대 중반에만 해도 아주 미약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문화로 자리 잡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와디의 신발장>은 운동화를 신고 모으고 팔고 교환하는 걸 즐기는 사람들의 채널이다. 스니커즈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리뷰, 새로운 소식 등이 업데이트된다. 

 

스니커즈에 빠지다

유튜브 채널 <와디의 신발장>은 운동화를 신고 모으고 팔고 교환하는 걸 즐기는 사람들의 채널이다. 채널의 주인은 사진에서 신발을 설명하는 고영대 대표다. 그 역시 1990년대 중반 청소년 때 NBA를 보고 자란 세대다. 그가 스니커즈에 빠지게 된 계기는 그 시대의 아이들과 비슷하다. 당시 NBA는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는 시카고 불스 왕조와 마이클 조던이 있었다. 마이클 조던이 신던 나이키 에어조던 시리즈도 함께 유명해졌다. “당시 NBA 영상이나 사진을 안 보고 자란 청소년은 별로 없었을 거예요. 자연스레 선수들이 신은 신발에 눈길이 갔죠. 그때부터 신발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고영대 대표가 말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되어 살아가다 보면 어린 시절 좋아했던 것들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아무리 음악이나 만화, 게임 등에 젖어 보냈다 하더라도 어른의 삶은 녹록하지 않다. 그러니 관심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간혹 끈을 놓지 않고 더 깊이 파고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전문가’라 부른다. 옛날에는 ‘마니아’나 ‘덕후’라고도 불렀지만 그 문화를 존중한다면 전문가라는 표현이 맞겠다. 고영대 대표는 신발을 그저 오랫동안 좋아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20대에도 그가 신발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스토리 때문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 나이키 SB(스케이트 보드) 라인이 등장해요. SB의 특징은 신발 하나하나 전부 스토리를 갖고 있다는 거예요. 조던에 마이클 조던의 플레이가 투영되듯요. 그런 스토리들이 재밌어서 찾아보곤 했는데, 그게 뭐 공부는 아니에요. 그냥 신기하고 재밌는 이야기들에 빠져들었던 거죠.” 고영대 대표를 매료시킨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의외로 조던 시리즈가 아니었다. 나이키 SB 보카 주니어스였다. 보카 주니어스는 아르헨티나 프로축구팀이다. 마라도나가 유럽 진출하기 전에 뛰었던 팀으로 유명하다. “팀 컬러가 파란색과 노란색이에요. 그래서 신발도 파란색과 노란색 조합이고, 사람들은 그 신발을 보카 주니어스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그 팀의 팬덤이 굉장히 열정적이기로 유명해요. 실제 판매하던 팬덤 굿즈 중에는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칠한 관이 있는데, 그건 보카 주니어스 팬으로 땅에 묻히겠다는 거죠. 죽을 때까지 팬이라는 의미예요. 그 얘길 듣고 남미에는 엄청난 팬덤 문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충격적이었지만 재밌기도 했어요. 그런 식으로 신발에 담긴 스토리들을 좋아했어요.” 인상적인 이야기 하나를 꼽아달라는 부탁에 그는 보카 주니어스 이야기를 했는데, 운동화라고 반드시 스포츠팀과 엮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좋아한 신발 컬렉션 중에는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움파룸파족을 콘셉트로 한 시리즈도 있었다. 알록달록한 움파룸파족의 색을 표현한 스니커즈다. 

 

 

 

21세기 스니커즈 문화의 발전사를 지켜본 그에게 신발을 사고 팔며 모으는 활동이 어떻게 문화가 되어갔는지에 대한 질문도 건넸고, 그는 자신의 관점이 분명한 이야기를 전했다. 질문은 이런 것이다. 스니커즈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증가한 건 언제이고, 이게 문화로 확장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그는 명쾌하게 답했다. “리셀 시장의 형성이 원인이었어요. 물론 패션 브랜드들의 협업이나 새로운 모델의 발매도 있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런 활동은 이전에도 있었어요. 사람들이 신발을 구입해서 되팔기 시작하는 문화가 생기면서 관심이 늘어났다고 생각해요. 사고 팔다가 신발에 빠져든 사람도 있고요. 스니커즈 신의 팬이 많아진 것은 리셀 시장이 형성되면서 증폭됐다고 봐요.” 리셀 시장 이전에는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리셀 시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고, 문화도 확장된 것이다. “리셀러나 리셀 문화를 별로 반대하지는 않아요. 제가 시장을 반대한다고 시장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재화를 사고 파는 행위는 당연한 거니까. 리셀을 통해 문화가 성장한 부분도 분명히 있어요.” 스니커즈 문화를 오랫동안 지켜본, 그러니까 ‘전문가’의 시각으로 들려주는 이 문화에 대한 설명은 흥미로웠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가 청중을 몰입하게 만드는 말솜씨 때문인 것도 같다. 


스니커즈 문화에 문외한 사람으로서 묻고 싶은 게 있었다. 왜 스니커즈 수집가들은 유독 나이키 신발을 모을까? 나이키가 다른 브랜드보다 인기가 많은 이유는 뭘까? “그야 나이키가 가장 마케팅을 잘하는 회사이기 때문이죠.” 고영대 대표가 말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은 대부분 레트로한 신발에 열광해요. 에어포스원은 1982년에 나왔고, 에어조던은 1985년에, 에어맥스는 1997년에 나왔어요. 나이키는 1980년대부터 쌓아온 아카이브가 굉장히 많고 그것을 마케팅에 잘 활용하면서 시장에서 승기를 가져가고 있어요.” 마케팅을 세련되게 잘하는 회사이기에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디다스, 푸마, 컨버스 등 다른 스니커즈 브랜드에도 나이키 못지않은 역사가 있다. 품질 차이가 도드라지는 것도 아니다. 신발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관심 갖는 것은 그 신발에 담긴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를 듣고 싶게 만드는 것이 마케팅이었다. 

 

 

 

스니커즈를 수집하다

인기 있는 제품을 구매하려 백화점 앞에 밤새 줄을 서는 풍경은 익숙할 것이다. 오픈런을 뛰어야만 겨우 구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명품 패션 브랜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인기 있는 스니커즈도 그렇다. 고영대 대표도 신발을 구하려 밤새본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2000년대 초반에는 원하는 신발을 구하기 더 어려웠을 것이다. 구매 경로가 탄탄한 것도 아니고, 국내에 없는 신발도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고영대 대표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구매하는 방법은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이베이 직구도 온라인 상거래 초기부터 이용했다. 신제품을 못 구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오래된 신발은 구하기 어려웠다. “제가 고등학교 때 신었던 조던 신발이 있는데, 하루는 그걸 찾고 싶었어요. 이베이에서 검색해도 제 발 사이즈에 맞는 원하는 색상의 새 제품을 찾기는 어려웠어요. 하는 수 없이 주기적으로 들어가서 검색하다가 발견하면 그제야 살 수 있었죠.” 

 

 

이태원에 위치한 애글릿은 스니커즈 문화를 중심으로 한 편집숍이다. 신발 외에도 의류와 액세서리 등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를 다룬다. 

 


그는 오랜 시간 신발을 수집해왔다. 무작정 모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팔 때도 있고, 교환할 때도 있었다. 아카이브를 만들겠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하나 둘 모으다 보니 집에는 보관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사무실 창고에 보관하고 있으며, 모은 신발들의 가격은 5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신발을 수집하는 재미는 무엇이었을까? “회사 다닐 때는 신발을 사서 장롱 위에 보관했어요. 스트레스 받고 퇴근하면 장롱 위에서 신발을 꺼내서 봤어요. 냄새도 맡고 신발의 아름다움을 감상했죠. 그럼 스트레스가 풀렸어요.” 그는 수집한 신발로 스트레스를 푸는 기분을 옛날 사대부가 백자를 감상하던 습관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지금은 신발을 슈브제라는 신발 전용 보관함에 넣어두고 있는데요. 투명 플라스틱 보관함이라 신발들을 오브제처럼 감상할 수 있어요. 그냥 보기만 해도 뿌듯하고 좋아요.” 그는 어려서부터 신발을 좋아하고, 많은 신발을 모았다. 그러니 그가 모은 신발들은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고, 그의 추억이 서려 있다. 신발을 보면 언제 사고 싶어 했는지, 어디서 어떻게 구입했는지도 기억난다. 기억하고 싶은 지난 시간과 사건을 신발 속에 담아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신발 하나하나를 꺼내 볼 때마다, 그 시간과 사건을 소환하는 것이 아닐까. “앤퍼니 하더웨이가 올랜도 매직에서 잘나갈 때 저 신발을 신고 어떤 플레이를 했었는지를 생각해요. 또 이 신발은 카니예 웨스트가 아디다스로 적을 옮기고 처음 만든 신발이라는 게 의미 있어요.” 그에게 신발의 가치는 추억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물론 추억이 중요하지만 신발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당연히 가격이다.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신발들은 가치가 높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사인이 있거나, 아디다스로 이직한 제리 로렌조가 나이키와 협업해 만든 신발처럼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귀하다. 

 

인스타그램에서 운영하는 <벗> 매거진은 발빠르게 신선한 뉴스를 전한다. 스니커즈 소식이 많은데, 그 외에도 패션과 공간,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등 주요한 이슈를 꾸준히 업데이트한다. 

 

고영대 대표는 국내 스니커즈 문화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목격했다. 거름을 주고 물을 뿌렸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는 현재 스니커즈 문화에는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신발을 좋아한다고 하면 리셀러로 보는 시선이 불편한 점일 테다. 하지만 신발을 좋아하는 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은 반가운 점이다. 과거 한국이 홀대받던 작은 시장이었던 것을 기억하는 입장에선 중요한 시장 중 하나로 평가받는 현재가 새삼 감동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신발 유튜버가 되다

유튜브 채널 <와디의 신발장>을 보노라면, 신발에 대한 애정이 깊게 느껴진다. 또 편집은 세련되고, 콘텐츠 기획도 신선해 카메라 밖에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음을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유튜브를 시작할 당시 그는 회사원이었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카메라를 켜고, 신발을 찍고, 편집했다. 퇴근 후 야근하는 것 같지만 그때는 힘들어도 재밌으니까 할 수 있었다. 물론 당시에는 유튜버가 될 생각은 없었다. 시작은 영상 백업이었다. 그는 신발 사진을 자세히 촬영하고, 때로는 혼자 볼 생각에 아무 말도 없이 신발 영상만 찍기도 했다. 하지만 외장하드가 망가져서 자주 볼 수 있는 곳에 저장해야 할 필요를 느꼈고, 그 저장 공간이 유튜브 채널이었다. 처음에는 신발 영상, 아이들 성장 동영상을 올렸다. 그런데 대사 한마디 없는 신발 영상의 조회수가 잘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유튜브에 관심이 생겼고, 주변에 이것저것 물어보며 유튜브 세계를 알아갔다. 기왕 시작한 거 제대로 촬영해서 운영해보자는 생각으로 신발을 리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특별한 기획 같은 건 없었어요. 제가 가진 신발들만 리뷰해도 콘텐츠는 충분했어요. 하루에 영상 하나씩 만들었는데, 시간이 흐르니 점점 힘들어지더군요. 신발이 부족해서 빌려다가 리뷰하기도 했고요.” 점차 구독자가 늘기 시작했고, 기획도 다채로워졌다. 다른 사람의 신발장도 리뷰했다. 아티스트 개코의 신발장을 취재했을 때는, 그의 신발을 작업실에 펼쳐놓고 하나씩 설명하는 콘텐츠를 진행했다.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다.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감을 잡은 것이다. 

 

 

‘올아이즈다운(ALL EYES DOWN)’은 스니커즈 문화에 기반을 둔 패션 브랜드다. 스웨트셔츠, 양말, 모자, 쇼츠, 티셔츠 등 편안한 아이템들을 다룬다. 부드러운 소재와 디테일이 특징이다. 

 


신발이 좋아서 신발을 모으고, 신발 영상을 찍었다. 그걸로 경제활동을 하는 삶? 그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전혀 예상 못 했어요. 보수적인 삶을 살아왔는데, 사실 지금 되게 재밌고 활기차게 활동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두려움도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대비를 하려고 해요.”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2년 뒤도 예측이 안 된다. 어디서 무엇을 할지 나도 우리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사실 고영대 대표를 <와디의 신발장> 크리에이터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그는 유튜브 외에도 패션 전문 MCN ‘오리지널랩’, 이태원 패션 편집숍 ‘애글릿’, 온라인 매거진 <벗>, 패션 브랜드 ‘올아이즈다운’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애글릿’ 매장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해외로 확장하는 것이다. 한국의 반짝이는 다양한 브랜드들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 고영대 대표의 말을 듣노라니 그가 성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림도 없다고 손사래 칠지 몰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직업으로 연결했다는 것이 꿈을 이룬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진짜 꿈은 자신의 신발을 만드는 것이다. “제 이름을 걸고 디자인한 신발이 전 세계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거요. 제 꿈입니다.”     

 

HAIR & MAKEUP 채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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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조진혁PHOTO : 김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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