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도시를 이야기하는 사람들

현대인의 인생 무대인 도시는 주체의 삶에 깊이 개입하고 변화시킨다. 지금도 우리와 상호 교류하며 매 순간 변화하는 도시에 대해 연구하고 이야기하는 이들을 만났다.

20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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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경신원 대표, 배정한 교수

 

 

경신원 대표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의 대표로 영국과 미국에서 15년간 주택, 도시 개발 분야 연구자로 활동했다. 2016년 서울로 돌아온 뒤로 현재는 대학 강의, 칼럼 연재, 도시 재생 프로젝트 참여 등 도시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지난 2019년,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을 펴내며 이태원을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재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 출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헐지 않고 과거의 모습을 보존해 다시 세운, 세운상가의 풍경. 

 

 

도시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탐구
경신원 대표

대다수 사람들은 도시에서 태어나 그 안에서 삶의 대부분을 영위한다. 그래서 도시의 역사는 인류 역사의 중심축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대체로 도시에 대해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지 않는다.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도시의 현상을 분석하거나 미래에 대해 얘기할 뿐. 그러나 어떤 분야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근본에 대한 탐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의 경신원 대표는 우리의 삶과 인류의 역사를 품고 있는 도시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연구한다. 그를 만나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에 대해 물었다.


“도시가 형성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사람이에요. 많은 분들이 도시를 물리적인 환경 위주로 생각하는데 도시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형성되는 곳이죠. 그래서 도시를 이해하기에 앞서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의 말을 듣자 도시란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복기해봤다. 고층 상업 빌딩들과 도로, 아파트와 주택들. 내가 생각하는 도시의 이미지에 사람의 모습은 희미했다. “그동안 도시 개발은 물리적인 환경을 중심으로 많이 이뤄졌죠. 경제적인 요인 혹은 힘이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개발도 많았고요. 사람을 위해 도시가 개발되어야 하는데 반대로 차나 건물을 위해 개발된 도시의 모습에 사람이 맞춰갔던 거 같아요.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휴먼 스케일에 대해 논의하는 등 도시의 중심에 인간이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인식하기 시작하고 있어요.”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를 이끌며 도시와 관련된 의미 있는 연구라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펼치는 경신원 대표는 지난 2019년 책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을 펴냈다. 그가 한국을 떠날 무렵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던 강북의 골목들이 새로운 중심지로 급부상하는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 이 책은 지금 도시에서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고찰한다. “많은 사람들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언급하는 임대료 격차 문제보단 골목길의 변화가 왜 일어나는지, 이 변화의 중심에는 누가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했어요.” 현상을 단편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도시의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한 연구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여러 면면을 바라볼 수 있는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시야를 제시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을지로의 모습을 담았다.

 

경신원 대표는 4월 새로운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책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부동산과 관련한 내용을 다루지만 주택의 자산 가치보다 근본적인 문제, 우리 사회에서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한다. 모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두 세대가 바라보는 이 시대의 집과 관련한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쳤다.


이처럼 도시를 변화시키는 힘의 근원을 파헤치는 경신원 대표에게 도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물었다. “공평한 개발(equitable development)이 중요해요. 젠트리피케이션도 이러한 맥락에서 다루어야 하죠. 젠트리피케이션이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건 아니에요. 문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긍정적인 영향이 어느 한 계층에만 미친다는 데 있죠. 이러한 긍정적인 영향이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지역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분배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해요.” 그는 공평한 개발을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도시 구성원의 인식 전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정 건물이나 시설을 설치하는 것과 같은 공간의 물리적인 변화만이 아닌 공간의 사회경제적인 활성화가 매우 중요해요.”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도시 발전의 모습은 도시가 유기체처럼 자생하며 발전해가고 자연스러운 부의 재분배가 일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경신원 대표는 이러한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 재생에 대해 연구하고 관련된 몇몇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도시에 어떤 랜드마크가 있는가의 문제보단 사람이 살기에 얼마나 쾌적하고, 일하기에 얼마나 좋은 환경인가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도시가 형성되는 목적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하죠.” 그렇게 인터뷰가 끝날 무렵 다시 도시 형성의 근원으로 돌아왔다. 근본을 잃지 않는 논의는 대개 시작점과 끝점이 일치하는 폐곡선을 그리기 마련이다. 

 

 

 

 

 

배정한 교수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교수이며, 월간 <환경과조경>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책 <현대 조경설계의 이론과 쟁점>과 <조경의 시대, 조경을 넘어>를 썼고, <경관이 만드는 도시>와 <라지 파크>를 옮겼다. <건축·도시·조경의 지식 지형>, <공원을 읽다> 등 스무 권의 책을 동학들과 함께 썼으며, 용산공원과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비롯한 다수의 공공 공간 계획에 참여했다.

 

 

배정한 교수가 좋아하는 서울 속 조경 공간으로 꼽은 노들섬

 

 

함께 누리는 공공의 아름다움
배정한 교수

도시는 사람이 만들지만 때론 도시 환경이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일방향적이지 않고 상호 교류하는 관계이기에 우리가 도시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고 관리하는지는 도시뿐만 아니라 삶의 풍경을 결정짓는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배정한 교수는 우리의 삶을 축조하는 조경에 대해 연구하고 가르친다. 동시에 월간 <환경과조경> 편집주간을 비롯해 일간지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저술 활동을 펼치며 대중에게 자신의 시선을 전한다. 
“(사)한국조경협회는 한국조경헌장을 통해 조경이란 단어를 이렇게 정의했어요. ‘조경은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인문적· 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와 경관을 계획·설계·조성·관리하는 문화적 행위다.’ 조경의 목적과 행위를 굉장히 간명하게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이 조경이란 단어를 들으면 으레 도심 속 녹지 공간을 가꾸는 일만 떠올리겠지만 사실 조경은 ‘Landscape Architecture’, 즉 우리를 둘러싼 풍경을 건축하는 일이다. 그리고 잘 지어진 건축물이 이용자의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듯 잘 이루어진 조경은 우리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뉴욕 맨해튼에 브라이언트 파크라는 공원이 있어요. 1970~80년대까지는 우범 지대였죠. 마약을 거래하거나 홈리스만 있어서 아무도 안 가는 곳이었는데 공원 설계를 바꾸니까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되었어요. 점심시간이면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오고, 주말에는 웨딩 촬영도 하고. 작지만 보석 같은 공간으로 바뀌었죠.” 이런 공원의 변화는 주변 지가를 올린 것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를 대상으로 하는 조경은 공공의 영역인 만큼 도시가 속한 사회의 흐름을 따르기 마련이다. 조경의 발전 역시 사회의 발전과 평행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 조경의 발전은 서구 사회에서의 발전 역사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띤다. 민간의 필요에 의해 조경이 이뤄지기 전 급속한 산업화를 겪으며 국가 주도로 조경이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정권 교체 등 주체의 상황이 변하며 정체되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나 민간의 필요에 따른 조경이 서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전 세계 삶의 패턴을 바꿔버린 팬데믹 사태를 겪는 요즘의 조경 방향은 어떻게 변했을까. “나아갈 전망에 대해 정확히 말하기는 힘들어요. 하지만 변화가 있는 것은 분명하죠. 예를 들면 공원의 경우 역사가 불과 150년 정도밖에 안 되는 도시 시설이지만 도시에 있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죠. 하지만 팬데믹 시대 이후로 우리에게 유일하게 허용된 공공장소가 공원 정도밖에 없다 보니 공원에 대한 소중함과 간절함이 부각되기 시작했어요.” 

 

 

통의동의 브릭웰 정원. 특히 브릭웰 정원의 경우 심미적일 뿐만 아니라 사유지를 공공의 길처럼 활용한 점이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당연한 것의 소중함은 존재의 부재를 통해 명징하게 다가온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도시 속 휴식 공간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도시가 생성되기 전 인간은 원래 유목했잖아요. 지금의 도시보다 더 넓은 터전에서 살아갔죠. 비록 지금은 효율과 실용 등을 위해 모여 살지만 더 넓은 터전에 대한 그리움이 인간들에게 DNA처럼 내재되어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요. 공원이든, 비어 있는 공간이든 답답함을 해소해주는 공간이 필요한 거죠.”


우리가 사회 흐름의 변화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듯 앞으로 도시의 조경이 어떤 양상을 띨지는 그 누구도 정확하게 전망할 수 없다. 하지만 지향해야 할 방향은 설정할 수 있다.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조경이 이뤄져야 하죠. 그리고 기후 변화 등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들이 있잖아요, 그걸 해결해줄 수 있는 조경은 없어요.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조경을 추구해야 하죠. 또 조경이 해낼 수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특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공적인 경관을 바꾸는 것이에요. 누구나 아름다운 것에 대한 욕망이 있기 마련인데 많은 사람들이 공적인 경관에서 이러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삶의 풍경을 축조하는 도시 조경의 방향성이 지금의 우리들이 삶에서 추구하는 방향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일지 모른다.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조수민(인물), 경신원, 배정한(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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